Appetizer#64 콩: 스컬 아일랜드
화려한 캐스팅을 뛰어넘는 존재감
‘콩’이 보여주는 스펙터클
문명의 폭력성에 관하여
극장가의 비수기로 알려진 3월, 올해엔 다양한 괴물(?)들로 이뤄진 라인업을 볼 수 있다. 돌연변이 영웅 울버린의 마지막 이야기 <로건>, 거대한 괴수물 시리즈의 최신판인 <신고질라>와 <콩: 스컬 아일랜드>, 그리고 디즈니와 엠마 왓슨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미녀와 야수>. 인간이 아닌 캐릭터가 주인공인 실사 영화들이 3월을 공략하고 있는 모양새다. <로건>의 여운을 뒤로하고, 다시 찾아온 킹콩을 보기 위해, <콩: 스컬 아일랜드>(이하 <콩>)를 만났다.
<콩>의 포스터는 거대한 고릴라, 콩의 얼굴로 가득 차 있다. 영화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명확히 하려는 의도일 텐데, 포스터를 자세히 보면 주인공에서 밀려난(?) 배우들을 확인할 수 있다. 주요 인물들을 보자면, 마블 스튜디오의 작품에서 ‘로키’로 활약 중인 톰 히들스턴, ‘닉 퓨리’ 국장 역의 사무엘 L. 잭슨, 그리고 곧 ‘캡틴 마블’로 찾아올 브리 라슨까지 <어벤져스>의 배우들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브리 라슨은 <룸>으로 8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엄청난 배우이기도 하다.
이렇게 <콩>의 출연자들은 화제성, 연기력에 있어 어디 가도 꿀리지 않을 배우들이다. 그리고 영화에서 등장하는 시간의 비중을 따져 봐도, 그들이 더 열심히 일한 것 같다. 그런데도 그들을 밀어내고 포스터를 독점한 건 ‘콩’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콩>은 앞에 언급한 어벤져스급 배우들이 만드는 드라마보다 ‘콩’이 등장해 울부짖을 때 재미있고, 볼거리가 생기는 영화다.
스컬 아일랜드는 인류가 단 한 번도 가지 못한 미지의 공간이다. 이 섬엔 거대한 고릴라이자, 이 섬의 왕이고, 신인 ‘콩’이 있다. 그 밖에도 거대하고, 본적 없는 생명체들이 득실거린다. 무엇하나 믿을 수 없는 이 공간은 많은 비밀을 가지고 있고, 이 비밀은 스컬 아일랜드를 조사하는 인물들에게 거대한 위험이 된다. 이렇게 <콩>은 미지의 세계 속을 탐험하는 스릴이 있고, 기이하고 거대한 생명체가 구현된 이미지를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영화 후반부, ‘콩’과 그의 강력한 적의 전투 장면은 <콩>의 클라이맥스다. 인간보다 훨씬 큰 존재들이 압도적인 힘을 과시하며 싸우는 이 장면의 쾌감이 상당하다. ‘콩’은 두 손과 두 발을 모두 이용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모습과 유사한데, 덕분에 공룡 등의 다른 괴물들이 등장하는 영화가 주는 액션과는 그 느낌이 다르다. 오히려 UFC 등의 격투에서 볼 수 있는 액션을 닮은 느낌이다. ‘콩’이 보여주는 파괴적이고, 시원스러운 힘이 보여주는 재미는 큰 스크린에서 관람할수록 극대화되니, 되도록 큰 스크린에서 볼 것을 권한다.
<콩>엔 2차 세계 대전, 냉전, 그리고 베트남 전쟁이라는 세 개의 전쟁이 언급된다. 그리고 스컬 아일랜드를 탐사하는 패커드(사무엘 L. 잭슨)의 부대는 베트남 전쟁을 마치자마자 복귀한 팀이다. 이렇게 영화는 근래 인류가 통과한 전쟁을 배경에 깔아두고, 이를 스컬 아일랜드의 이야기와 엮으려 한다. 영화는 ‘콩’을 통해 파괴의 스펙터클을 전시하는 듯 했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폭력성을 조명하려 했다. <콩>은 탐험대가 스컬 아일랜드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문명과 비문명이 충돌하고, 그사이에 일어나는 폭력의 양상에 집중한다.
문명의 진보와 기술의 발전, 그리고 무기의 발달 이후, 인류는 무엇인가를 정복하는 데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콩>은 이를 세 개의 전쟁으로 요약해 말했다. 그리고 인류 간의 전쟁을 넘어 지구의 주인이 인간이라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 관해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려 한다. 영화는 탐험대가 스컬 아일랜드로 침입하고 탐사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을 향한 선전포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콩’의 관점에서 영화를 관람하면, 그가 로키와 닉 퓨리를 밀어내고 <콩: 스컬 아일랜드>의 포스터를 독차지할 만하다고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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