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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Apr 03. 2017

‘임시완’에겐 사기꾼 냄새가 날까

Appetizer#70 원라인


<원라인>은 사기꾼들의 영화다. 속고 속이고, 상대를 등쳐먹는 사기꾼의 속성상, 영화는 윤리성에 관한 고민보다는 오락성과 사기를 치는 작당 모의와 과정에서 오는 재미에 포커스를 맞춘다. 이런 영화(더 나쁜 놈들끼리의 대결)에서 그들이 소유하려는 돈의 출처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작년에 개봉한 <마스터>가 흥미로웠던 건, 근래에 있었던 정치계의 비리를 생각나게 한다는 점 외에도, 거액에 이르는 돈의 출처를 보여줬다는 데 있다.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 그 피땀 어린 돈에는 통계적 수치를 초월하는 애환의 아우라가 있다. 그래서 <마스터>의 진정한 승리는 진 회장(이병헌)의 구속이 아니라, 돈을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준다는 판타지적 결말에 있다.



금융사기를 다룬 <원라인>은 <마스터>에 비하면 푼돈을 가지고 놀지만, 돈에 얽힌 사연과 아픔을 집요하게 쫓고 비춘다는 데서 차별점을 지닌다. 이때, 영화에서 돈을 가지고 사기를 치는 주인공 민재(임시완)는 사기극 장르의 주인공이 가지는 노련하고, 두뇌 회전이 빠르며 말발이 좋은 속성 외에도 돈의 사연에 반응할 줄 아는 성격을 가져야 했다. 즉, 돈의 출처에 관심을 가지고, 연민을 표현할 수 있어야 했다.


임시완이 캐스팅된 데에는 그런 이유가 한몫했을 것이다. 그의 필모그래피엔 순진하고, 착하며, ‘연민’이란 감정과 잘 어울리는 역할이 눈에 띈다. <변호인>, <미생>, <오빠생각> 등에서 그는 타인의 아픔에 관심을 가질 줄 아는 인물을 맡았었다. ‘바른’ 이미지의 임시완이 사기극에 초대된 이유는 <원라인>이 돈을 바라보는 태도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이다. ‘가진 자들이 가지고 노는 돈은 어디서 오는가? 그들은 어떻게 그 돈을 얻을 수 있었나?’ 영화는 절대 나쁜 일을 못 할 것 같은 얼굴로 사기를 치는 임시완을 통해, 금융 사기의 민낯을 까발리고, 아픈 자들의 얼굴을 마주하게 한다.



적절한 연출을 통해 이러한 목표는 어느 정도 성취된다. 하지만 그만큼 ‘사기’를 다루는 장르 고유의 재미와 쾌감, 그리고 스릴은 희석될 위험도 가지고 있다. <원라인>의 영화적 흥미는 임시완이 여태 보여주지 못한 ‘사기꾼’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달성될 텐데, ‘임시완’에겐 사기꾼 냄새가 얼마나 날까. 무난한 완성도를 보인 이 영화의 재미와 흥행 여부는, 결국 그가 보여주지 않았던 이미지에 달려있다. <원라인>은 바른 영화이면서, 동시에 재미있는 영화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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