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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Apr 19. 2017

그래도 답은 사랑이야

Appetizer#77 나의 사랑, 그리스

영상으로 만나는 <나의 사랑, 그리스>의 관람 포인트!


로맨틱한 단어와 아름다운 도시의 이름이 더해진 제목 <나의 사랑, 그리스>는 로맨스 혹은 로맨틱 코미디의 낭만적이고 발랄한 느낌을 연상하게 한다. 그 제목처럼 애절한 로맨스가 있는 영화는 맞다. 하지만 앞서 기대한 낭만적인 무드를 어필하기보다는 너무도 현실적인 지금의 그리스를 옮겨와 기시감과 서글픔을 주는 독특한 영화다.


<나의 사랑, 그리스>는 원제와 영어 제목, 그리고 한국 제목이 모두 다르다. 각기 다른 세 개의 제목은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반영되어 있고, 재미있게도 모두 저마다 잘 어울린다. 그리스 제목은 ‘Enas Allos Kosmos’로 또 다른 세계라는 뜻을, 영어는 ‘Worlds Apart’로 떨어진 세계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두 제목 모두 대상 간의 거리에 초점을 맞췄고, 이는 영화에 등장하는 커플들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영화는 연령대가 다른 세 세대의 커플이 등장하는,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모든 커플은 남/여의 국적이 다르다. 세 커플 모두 한 명이 그리스 인이라는 것, 그리고 영화의 주요 무대가 그리스라는 게 이 옴니버스 영화를 하나로 묶는다. 여기서 한국 제목 <나의 사랑, 그리스>는 떨어진 세계를 하나로 묶는 공간 ‘그리스’와 그 매개체 ‘사랑’을 드러냈다는 데서 적절한 제목이 된다.


<나의 사랑, 그리스>는 각기 다른 커플을 통해 그리스의 세 가지 얼굴을 보여준다. 첫 번째 이야기엔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리스의 정치, 외교적 상황을 담았다. 이는 명백히 시리아 난민 문제를 끌어오고, 그리스가 처한 국제적 상황을 말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기업의 인수 합병과 근로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그리스의 경제 위기를 보여준다, 이 역시 ‘그렉시트’와 엮인 현실을 상기하게 한다. 끝으로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그리스 일반 가정까지 카메라가 침투해 그들의 갈등과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나의 사랑, 그리스>는 지중해의 아름다운 국가 그리스를 세 가지 측면에서 파고들고, 그 안에 내재한 불안과 붕괴의 조짐을 말한다.



비정한 현실을 다룸에도 <나의 사랑, 그리스>는 그리스의 본질에서 희망을 구한다. 신화의 나라 그리스는 에로스와 프시케의 이야기를 언급하며 사랑이라는 답을 제시하고, 또 한 번의 기회를 믿는 태도를 취한다. 무너진 절망 속에서, 그래도 답은 사랑이라 믿는 영화의 낭만적인 태도는 따뜻하고, 믿어보고 싶어진다.


옴니버스식으로 이뤄진 세계의 개별적인 이야기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영화가 되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다. 세 가지로 펼쳐져 있던 영화는 점점 하나로 모이며, 하나의 주제를 관통한다. <나의 사랑, 그리스>는 내용-형식-주제, 그리고 그리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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