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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Apr 28. 2017

정치에서 해방된 왕의 이야기

Appetizer#80 임금님의 사건수첩

사극, 그중에서도 왕과 관련된 이야기엔 정치적 내용이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선거가 가까워지면 드라마에서 사극이 반영되는 빈도가 잦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요즘 왜 이런 드라마가 뜨는 것인가』, 이영미) 뜻밖의 장미 대선을 앞두고 개봉한 <특별시민>의 최민식이 투표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등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관심은 대선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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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조선 시대 예종을 주인공으로 하며, <관상> 이후 더 유명해진 ‘세조’의 그림자가 깔린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현실 정치를 환기하고,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하지 않는다. 영화 속 권력자들은 예종(이선균)의 영화적 장애물로서 기능할 뿐이고, 영화 역시 정치/사회적인 메시지로 무게를 잡지 않는다. 대신,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최소한의 역사적 배경을 설정한 뒤, 상상의 날개를 펼치는 걸 선택했다.


의문의 사건을 파고드는 예종의 이야기엔 과거와 현재가 섞인 듯한 설정과 도구들이 등장해 여태 조선에서 본적 없는 이미지들을 만들어낸다. 왕의 ‘비밀수사’라는 설정 덕에 영화는 많은 비밀을 파헤치고, 비밀스러운 공간을 누빈다. 그리고 예종 역시 위엄을 내세우지 않고, 고리타분한 면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캐릭터로 재해석된다. 기존의 왕에 비해 가볍고, 재치가 있으며, 귀여운 모습을 기대할 만하다.



예종과 윤이서(안재홍)의 콤비의 삐걱거리는 조합을 보는 것도 즐겁다. 익숙한 안재홍의 이미지를 많이 가져온 윤이서는 특출한 능력과 함께 어리바리한 면을 보여 웃음이 들어올 공간을 만들어 낸다. 왕과 신화 사이의 계급 차 덕분에 발생하는 많은 상황, 그리고 그런 장면들에서 안재홍이 보이는 표정은 계속 봐도 질리지 않는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대선 기간, 사극에서 기대할 법한 정치적 메시지가 강한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삐걱거리는 정치판에 피로한 관객에겐 현실을 환기하지 않는 영화가 더 좋은 위로가 될 것이다. 투표 후(꼭 투표는 한 뒤에), 현실을 잠시 잊고서 맘 편히 웃을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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