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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Apr 25. 2017

정직한, 웃음의 보안관

Appetizer#79 보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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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관한 글을 쓰면서 많은 영화를 봤지만, 여전히 좋은 영화에 관한 확고한 가치관을 정립하지 못했다. 그래도 좋아하는 영화에 관한 기준은 명확히 세울 수 있었다. 감독, 배우, 장르를 떠나 모든 요소의 균형이 맞는 영화, 이야기에 설득당할 수 있는 영화,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이 명확한 영화. 이런 영화는 관람할 때 잡생각에 빠지지 않고 영화 그 자체에만 빠져들 수 있다.


앞의 이유 때문에 어설픈 시도에 거부감이 있다. 작위성이 두드러지거나, 연기가 튀거나, 극의 설정이 무너질 때 그 영화에 빠져들기 힘들다. 신파라는 요소엔 거부감이 없지만, 억지스러운 감동 및 웃음 코드를 꺼리는 이유다. 최근 한국 영화는 어떤 강박 때문인지, 이것저것 좋아 보이는 요소를 다 때려 넣어 ‘하나의 온전한’ 영화로 관람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졌다. 덕분에 온갖 기시감만이 관람의 부산물로 남는다.



'보안관'은 그런 점에서 직설적이고 정직한 영화다. 그래서 시원하고, 맘 편히 즐길 수 있어 즐겁게 몰입할 수 있었다. '보안관'은 코미디 활극에 기대한 볼거리가 있고, 이 순간들을 질질 끌지 않으며 빠르게 전개한다. 코미디 영화는 가볍게 관람할 수 있지만, 웃음의 포인트와 리듬을 살리며 영화의 균형을 잃지 않는 건 쉬운 게 아니다. 캐릭터 혹은 해프닝, 그것도 아니면 이야기 저 혼자 튀어 산발적인 웃음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보안관'은 코미디 영화에서 그토록 유지하기 힘든 균형과 리듬을 잘 유지하며 유쾌한 순간을 만든다.


영화가 내세우는 또 다른 강점은 짙게 밴 지역성이다. 부산 옆의 기장군이라는 지역의 분위기와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아 따뜻하고 정겨운 정서를 전달한다. 이 지역성이 가장 잘 반영된 장면은 부산의 야구팀 ‘롯데’가 언급되는 장면으로, 조진웅을 분노(?)하게 했다고 한다. 경상도 혹은 야구팬이라면 많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도 부산의 특징 및 성격을 가장 잘 살린 장면이다.



이성민과 김성균, 그리고 조진웅의 자연스러운 경상도 사투리도 영화에 바다 내음을 더한다. 특히 이성민의 마초적이고, 앞뒤 가리지 않는 행동은 영화를 내내 ‘살아있게’한다. 그리고 김성균과 함께한 콤비는 '영웅본색'을 꿈꾸는 철없는 아저씨들의 모험담을 보는 것 같아 천진난만하고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감독 역시, 재미를 최우선에 뒀다고 말한 영화는 삼천포로 새지 않고 묵묵히 그 목표를 향해 걸어가 이번 연휴에 많은 웃음을 예약하고 있다. 여전히 그 어떤 예능보다 흥미로운 대선 토론이 복병이긴 하지만, 짜증을 유발하는 네거티브 유세 및 어설픈 풍자극에 지친 관객에게 '보안관'은 진정한 웃음의 보안관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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