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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May 02. 2017

[특별시민] 포퓰리즘의 악습을 전시한 <특별시민>

Appetizer#81 특별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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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족의 달’이라지만, 올해는 ‘국민의 달’이라는 수식어를 써보고 싶다. 대선을 앞두고 역시나 정치판의 경쟁은 (아쉬운 방향으로) 과열되고 있다. 기존 대통령 선거보다 짧은 기간인 듯하지만, 정치를 향한 국민의 관심과 좋은 대표자를 바라는 마음은 그 어떤 시기보다 높다. 한 사람의 국민이 밝힌 촛불이 모여 정권 심판을 이뤘기에, 한 사람의 표가 미래를 바꿀 것이라는 믿음도 큰 시기다.


이 시기에 맞물려 개봉한 <특별시민>은 서울 시장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정치인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변종구(최민식)와 양진주(라미란)보이는 권력 싸움은 현실 속 정치권의 공방이 스크린으로까지 번진 듯한 느낌을 풍긴다. 덕분에 별다른 홍보 없이도 관객이 영화에 자연스레 관심을 두게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특별시민>에겐 최고의 홍보 수단인 셈이다.



하지만 역으로, 이러한 현실과의 밀접성은 독이 될 수도 있다. <특별시민>은 배우들의 연기 및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피로해지고, 극적 쾌감이 크지 않다는 게 아쉽다. <특별시민>의 인물들이 보이는 다양한 권모술수를 보고 있으면, 정치의 가려진 그림자를 보는 것 같아 흥미롭다가도 어느새 익숙해진다. 권력 지향적 인물의 악질적인 행동은 가상의 이야기에서나 실제 미디어에서나 더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마스터>의 스펙터클이 현실의 10조라는 규모를 초월하지 못했듯, <특별시민>이 주는 충격도 현실보다는 다소 약하다.


예상했듯 <특별시민>의 정치인들은 (지금 현실처럼) 정치적 이념과 공략을 어필하려 열을 올리지 않는다. 영화는 '정의로운 인물의 승리'라는 착하고 환상적인 서사를 거부한다. 스크린 밖에서의 다양한 경험 덕에, 관객도 실제 정치가 아름답고 말랑말랑한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특별시민>은 더 극단적인 면을 파고든다. 정치인의 이미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이미지와 실제 얼굴의 괴리에 집중했다. 그렇게 미디어, 그리고 SNS 영향력 아래서 정치란 무엇인지를 말한다. 그래서 현대 정치에서 볼 수 있는 포퓰리즘의 악습을 모조리 전시한 듯했다.



이런 캐릭터를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가 <특별시민>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강점이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프랜시스 언더우드(케빈 스페이시) 이후 권력을 획득하려는 욕망에 솔직한 캐릭터가 인기를 끌었는데, 변종구도 그런 권력욕에 충실한 인물이고, 가치판단의 기준이 ‘선’에 있지 않다는 점에서 다양한 모습을 기대하게 한다. 더불어 그 연기를 최민식이 했기에 관객은 설렐 수밖에 없다. 그와 함께 큰 그림을 그리는 심혁수(곽도원) 역시, 정치란 민심이 아닌 상대의 ‘약점’을 잡는 게임임을 섬뜩하게 보여줘 갈등에 깊이를 더한다.


작년부터 <검사외전>, <아수라>, <마스터>, <더 킹> 등 권력 획득을 위해 필사적인 악인들의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했다. 그리고 막 찾아온 <특별시민>은 그 연장선에 있으며,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영화다. 유권자의 한 표가 소중함을 말하고 싶었다는 최민식의 말처럼, 영화가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행동을 끌어낼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특별시민>의 정치인의 행보에 분노한 관객이 그와 유사하게 네거티브 공방이 이어지는 현실 정치로 시야를 확장하고 냉소를 보낼 수 있다면, <특별시민>은 이 시기에 제 역할을 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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