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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Jul 17. 2017

비범한 역사의 변호인, 송강호

Appetizer#101 택시운전사

광주민주화운동은 다양한 작품에서 묘사되었다.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은 『소년이 온다』라는 무거운 작품으로 그날을 기록했다. 이 소설은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을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으로 담아 아픔을 공유한다. 김지훈 감독은 <화려한 휴가>로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담았고, 이는 그 날을 담은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과 만났던 영화다. 이 영화 역시, 당시 광주 시민의 눈으로 그날을 깨웠다.


앞의 두 작품과 달리 <택시운전사>는 광주민주화운동을 외부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영화다. 서울에서 뉴스로 광주를 접하던 게 전부였던 김만섭(송강호)과 독일 기자 위르겐 한츠피터(토마스 크레취만)가 역사적인 그날의 목격자로 등장한다. 이 두 외부인이 뜨거웠던 공간으로 들어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직접 보고, 경악하고, 분노하며 광주 시민들과 유대감을 형성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한국 최고의 배우 송강호가 있다.



이 영화 최고의 매력은 송강호의 얼굴이다. 그의 얼굴을 통해 그날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건 관객에게, 그리고 역사에게 큰 위안이 된다. 영화 속 김만섭은 대학생들의 사회 운동을 부정적으로 보고, 광주의 진실과도 동떨어진 외부인이다. 그리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돈이 되는 일은 무조건 해야 하는 소시민이기도 하다. <택시운전사>는 이런 소시민이 광주를 겪고, 무언가를 느끼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영화이며, 송강호는 한 인간의 변화를 너무도 공감할 수 있게 연기한다.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송강호의 모습은 자연스레 <변호인>의 송우석을 떠올리게 한다. 1980년대라는 유사한 시간, 그리고 역시나 시민을 억압하던 폭압적인 권력이 판을 치던 비정상의 시대를 송강호의 얼굴로 담았다는 것까지 <택시운전사>는 <변호인>과 유사한 것을 공유한다. 그리고 그 영화만큼이나 이 여름을 뜨겁게 할 것이다.



송강호의 얼굴은 비범한 사람이 대단한 일을 하는 모습이 아닌, 평범한 소시민의 거대한 용기를 보여주기에 특별하고, 몰입하게 한다. 언젠가 영화 관객은 이 폭압의 시대를 송강호의 얼굴로 기억하지 않을까. 그가 맡은 소시민 캐릭터들은 비범한 역사의 변호인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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