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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Jul 20. 2017

엄청난 시각적 경험, 그러나 아쉬운 밋밋함

Appetizer#103 덩케르크


이름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감독. 상상력의 극한과 관객을 전율하게 하는 이야기를 들려준 감독. 두꺼운  팬층을 확보한 크리스토퍼 놀란은 상업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비범한 감독이다. 국내엔 배트맨 시리즈, <인셉션>, <인터스텔라>까지 발표하는 작품마다 관객 수가 늘었고, 특히 <인터스텔라>는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상징적인 곳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기도 했다.


<덩케르크>가 제작된다 했을 때, 크리스토퍼 놀란이기에 의외였다. 그는 실사 촬영을 극도로 추구하는 것에 비해 이야기는 늘 현실과 거리가 있었다. 슈퍼히어로, 꿈, 우주 등 현실을 벗어나 상상력을 팽창시켜 온 그였다. 심지어 과거를 배경으로 한 <프레스트지>조차 그 이야기의 중심엔 마술사가 있었다. <덩케르크>는 1940년에 있었던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담았고, 이 실화를 놀란이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덩케르크>에서 놀란은 실제 전장을 재연하는 걸 넘어, 관객을 그 자리에 옮겨 놓고자 했다. 내러티브, 기술, 이미지 등 영화의 모든 요소는 관객의 ‘체험’을 위해 작동한다. 이미 많이 어필되고 있는 것처럼 이 영화는 기존 전쟁 영화가 추구하는 액션의 스펙터클이 아닌, 그 당시의 고립감을 전달하기 위해 리얼리티의 스펙터클을 추구했고, 이를 통해 생존의 드라마를 표현한다.


관객에게 극도의 몰입감을 주기 위해 놀란이 사용한 건 65mm 필름 및 IMAX 카메라다. 이 도구들이 만든 이미지는 엄청난 시각적 체험을 보장하는데, IMAX 관람을 ‘권장’한다. 압도적인 스크린 크기를 자랑하는 용산 IMAX로 본 덕에, 그가 <덩케르크>에서 전달하려 한 것들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고, 이 체험은 꼭 공유하고 싶다. 여기에 실사 촬영에 민감한 놀란의 성향 덕에 1,300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된 영화의 미장센은 전장에 사실감을 더한다.



<덩케르크>는 엄청난 시각적 경험으로 1940년 전장으로 관객을 옮겨두고, 마지막엔 뜨거운 감동을 전달 할 영화다. 기술력이 극대화된 스펙터클이며, 색다른 방식으로 전쟁을 표현한 영화다. 이 ‘새롭다’는 표현이 <덩케르크>엔 꽤 적절해 보였다. 하지만, 이 새로움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줬는가를 묻는다면, 조금 망설여진다.


세 가지 시점과 시간 축을 가진 이 영화의 정교한 내러티브는 의외로 평이한 느낌을 주며, 초반부엔 너무 장황하단 인상도 준다. 이 내러티브의 정교함이 극단적인 시각적 경험을 위해 소모된 느낌마저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과 함께 놀라운 순간을 만든 한스 짐머의 경이적인 음악조차 이번 영화에선 홀로 돌출된 면이 있다. 대사량이 적은 <덩케르크>에서 ‘음악’이 많은 여백을 메우는 ‘대사’라고 할 수 있는데, 다소 과잉된 느낌을 주기도 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자신을 감명시킨 이야기를 거대한 영화로 만들면서, 그 실화 자체를 보존하려 애썼다. 그러기에 기존에 그가 보였던 상상력을 양보해야만 했고, 그가 기존에 보였던 느낌과는 전혀 다른 영화를 내놓았다. 이렇게 탄생한 <덩케르크>는 시각적 재현 및 역사 재현의 뛰어남을 뒤로 한다면, 크리스토퍼 놀란이기에 아쉬운 지점이 생길 수 있다.


용산 아이맥스라는 새로운 시각적 체험 앞에 찬사를 보내다, 혹시 <덩케르크>에 놓친 게 있던 건 아닐까. 새로운 기술력 앞에 느낀 시각적 흥분을 뒤로하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세계를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 <덩케르크>를 한 번 더 예매해 뒀다. 일단, 그 관람이 끝나기 전까지는 이번 영화에 관해 놀라움을 표현하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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