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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Oct 30. 2015

영화 일기#003 성난변호사

재벌영화 전성시대

또 한 편의 재벌 범죄 영화

천삼백만이 선택한 영화 <베테랑>은 재벌 2세가 보여주는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형사를 통해 통쾌함을 줬던 영화입니다. 사회가 정한 어떤 규칙에도 얽히지 않고서 그만의 유희와 쾌락을 추구하는 조태오(유아인)는 사회가 쌓아온 나쁜 재벌에 대한 전형적인 이미지를 대표했죠. <베테랑> 외에도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는 비리와 악을 행하고서도 법망을 피해 가는 재벌의 모습들이 등장하고는 합니다. 그런데 유독 이런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고, 특히 올해 <베테랑>이 어마어마한 관객을 동원할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중문화를 연구하는 분 중엔 대중문화 속에는 그 시대의 정서, 혹은 욕망이 반영된다는 의견을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베테랑> 같은 상류층 비리를 다룬 영화에도 대중의 어떤 욕망이 투영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죠. 우선, 대중은 막연한 호기심이 있었을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꼭대기에 있는 상류층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거죠. 이와 동시에 부당한 방법으로 이익을 취한 악덕 기업, 재벌들이 처벌받는 이야기도 보고 싶을 것입니다. 이는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대중이 상류층, 특히 부도덕한 모습을 보여준 기업에 느끼는 반감, 그리고 괴리감이 커지는 것이 큰 이유가 될 수 있겠죠. 권선징악을 믿는 대중이 현실에서 못 푼 한을 영화가 풀어준다고나 할까요.


<성난 변호사>는 제약회사에서 벌어진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일을 중심에 놓습니다. 이 회사는 판매한 약에서 부작용이 발견되어 법정에 서지만,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해 재판에서 이기죠. 사회가 정한 법 앞에서 그들의 행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인정받습니다. 이런 장면은 법이라는 시스템이 영악한 상류층을 돕고 있다는 인상과 함께 관객을 당혹스럽고, 답답하게 하죠. 이 사건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면,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더 없습니다. 현실에서 법이 정한 승리는 절대적인 것이고, 억울해도 분노를 삼키는 수밖에 없죠. 하지만 <성난 변호사>는 영화이기에 이 분노를 표출할 기회를 줍니다.


법으로는 해줄 수 없는 것을 해내기 위해 변호성(이선균)은 시스템 밖에서, 책에는 없는 길을 찾아 나서야 했습니다. 법정에서 결정한 정의가 아닌 진짜 정의를 위해, 동시에 자신의 안전과 승리를 위해 변호성은 법정 밖에서 직접 뛰고, 손에 피를 묻히면서까지 답을 찾죠. 그리고 다시 법정으로 돌아와 (이전에는 제약회사를 보호해준) 법이라는 이름으로 비리 재벌을 심판받게 합니다. 법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하면서도 통쾌함을 주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이 짜릿한 장면이 영화에 바라던 결정적 순간이라고 할 수도 있죠.


올해의 시작과 함께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땅콩회항’이라 불린 사건, 기억하시나요?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의 ‘나쁜 재벌’, 그리고 ‘갑과 을’이라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게 했죠. 이런 일에서 대중은 분노를 느꼈을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많은 비리들 앞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일부 상류층, 불체포 특권이라는 법을 악용해 방탄국회를 열어 심판을 피해가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목격한 대중은 이 사회의 법과 시스템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분노한 대중에게 <베테랑>, <성난 변호사>류의 영화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비상구가 되어주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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