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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Jul 17. 2018

'들어가는 것'보다 '나가는 게' 더 어렵다

Appetizer#122 호텔 아르테미스

<호텔 아르테미스>는 이중적인 영화다. 진 토마스(조디 포스터)는 범죄자들에게 호텔 아르테미스의 룰을 따를 것을 강요한다. 사회에서 룰을 지키지 않아 범죄자가 된 인물들은 아르테미스 호텔에선 묵묵히 토마스의 요구에 따른다. 범죄자의 준법(규칙)정신을 볼 수 있는 이 불안정한 균형이 이 영화만이 가진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통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인물들이 순한 양처럼 머물다가도 언제든 그 가면을 벗을 수 있을 것 같은 긴장감이 흐른다. <호텔 아르테미스>는 디스토피아가 된 미래의 LA를 배경으로 독창적인 세계관을 지닌 공간을 창조해내는 데는 성공한 영화다.



영화는 LA의 폭동을 보여주며 악의 상대성에 관해서 말하고, 무엇이 악을 규정하는지 묻는다. 폭도와 정부(공권력)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를 오가며 혼란한 세상을 담고 있다. 이 혼란스러움은 LA의 폭동이 있는 날을 특별하게 생각지 않는 토마스의 태도와 폭동 뉴스를 배경으로 그가 선택한 곡으로 “California Dreamin’”으로 표현된다. 심지어 토마스는 범죄자들에게 친근감을 표시하고, 따뜻한 정을 보이며 그들에게 찍혀있는 악인이라는 인장을 희미하게도 한다. <호텔 아르테미스>는 누가 악인가를 묻지 않고, 왜 악인이 되는가에 더 관심이 있는 영화다.


<호텔 아르테미스>는 장르 혼종의 영화다. 범죄, 액션, 가족, 멜로, 사회부조리극 등 다양한 장르가 아르테미스 호텔의 음침한 그림자 속에 섞여 있다. 이 다양한 장르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서사를 쌓아가지만, 호텔의 룰이 깨지는 순간 함께 부서진다는 치명적인 한계를 노출한다. 어떤 장르의 이야기도 러닝 타임 내에 완결되지 못하고, 그 때문에 어떤 장르도 눈에 띄는 쾌감을 주지 못한다.



유일하게 빛나는 장르는 소피아 부텔라의 선이 강조되는 ‘액션’으로, 정정훈 촬영 감독의 감각이 가장 빛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영화 속 대사엔 ‘들어가는 것보다 나가는 게 어렵다’라는 대사가 있다. 이 대사처럼 관객을 다양한 장르로 들어가게 하는 것보다, 그 이야기를 잘 완결하고 빠져나오는 게 훨씬 어렵다는 걸 몸소 보여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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