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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Aug 24. 2018

[서치] 알면 재미있는 10가지 잡지식

영읽남의 씨네픽업 - <서치>


1. <서치>는 한 가족의 삶과 딸의 실종, 그리고 이를 추리해 나가는 모든 과정을 OS 운영체제와 모바일, CCTV 화면으로 구성한 영화입니다. <언프렌디드: 친구삭제>(2014년)가 이러한 방식을 차용한 바 있는데요. 제작진은 현대의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을 묘사할 수 있는 새로운 영화 문법을 고심했죠. 그들은 이를 '스크린-라이프(screen-life)'라고 칭하며, 작품을 점차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2. 이러한 새로운 형식의 스토리텔링을 처음 발견한 것은 <원티드>(2008년)를 연출했던 프로듀서 티무르 베크맘베토브였죠. 스카이프를 통해 논의하던 그는 업무가 끝나고도 실수로 컴퓨터 화면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기능을 끄지 않은 동료에게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는데요.


프로듀서의 시선을 끈 것은 그가 어떤 것을 클릭하고 어떻게 타이핑을 하는지 등의 모습이었죠. 자그마한 모니터 속 움직임에서도 동료의 내면과 삶, 걱정까지 모두 느낄 수 있었다고 하네요. 그는 PC와 모바일 기기가 하루의 반나절 이상을 보내는 우리의 일상, 그 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감정들을 설명할 수 있는 통로라고 생각했습니다.



3. 아니쉬 차간티 감독과 세브 오하니안 프로듀서 겸 각본가는 이를 발전시켜 실종된 딸의 노트북을 열어 하나하나 자세하게 뜯어보는 아버지라는 스토리와 캐릭터 설정을 더해 살을 붙여 나갔는데요.


아니쉬 차간티 감독은 구글이 런칭한 스마트 안경 '구글 글래스'로 아내의 임신 소식을 인도에 있는 어머니에게 전하기 위해 머나먼 여정을 떠나는 모습을 담아낸 홍보 영상 <시드>를 만들었죠. 이 영상은 24시간 만에 100만 뷰를 돌파했고, 이를 계기로 아니쉬 차간티 감독은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에 스카우트 됐습니다. 구글 프로젝트는 물론 각종 상업 광고 제작에 참여하면서 경력을 다진 아니쉬 차간티는 이를 바탕으로 <서치>라는 첫 상업 영화의 감독이 됐죠.


4. 놀라운 것은 아니쉬 차간티 감독은 1991년생의 젊은 감독이라는 점입니다. <라라랜드>(2016년)로 아카데미 최연소 감독상을 받은 1985년생 데이미언 셔젤과 <단지 세상의 끝>으로 칸영화제 최연소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1989년생 자비에 돌란처럼 아니쉬 차간티 감독도 데뷔작으로 천재 감독의 명성을 이어갈까요? 이미 <서치>는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 - Best of NEXT'와 '알프레드 P. 슬로안 상'을 받으며 그 진가를 인정받았습니다.



5. 그러나 이런 '스크린-라이프' 촬영 방법은 감독과 배우들에게 큰 과제가 됐는데요. 아니쉬 차간티 감독과 세브 오하니안 각본가는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프로듀서의 제의를 '처음'에는 거절했었죠. 존 조 역시 새로운 시도에 따라 기존과는 다른 환경에서의 연기가 무척이나 부담스러워 출연을 고사했습니다. 하지만 연출을 결심한 감독의 끈질긴 구애를 통해, 출연을 재결정했죠.


6. 촬영 현장은 어땠을까요? 실종 전담 형사 '로즈마리' 역을 맡은 데브라 메싱은 "존 조와 함께 등장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날이었는데, 단 한 순간도 존과 같은 공간에 있어 본 적이 없다. 내가 있던 방에는 노트북 한 대와 그 위에 달린 '고프로' 하나뿐이었다"라고 말하며 독특했던 촬영 현장을 설명했죠. 여기에 배우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연기뿐만 아니라 촬영까지 직접 해야만 했는데요.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캐릭터의 관점에서 서술되는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7. <서치>의 오프닝 시퀀스는 독특하죠. 딸 '마고'(미셸 라)의 탄생과 행복했던 유년 시절부터 갑자기 닥쳐온 가족의 어두운 모습까지 한 가족의 탄생과 역사를 영상통화와 스케줄러, 홈 비디오, 문자 메시지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한 것인데요. 이는 마치 인생의 희로애락을 온전히 담아낸 <업>(2009년)의 초반 시퀀스를 연상시키죠. 아니쉬 차간티 감독과 세브 오하니안 각본가는 아이디어 단계부터 해당 장면을 구상했는데, '스크린-라이프'로 재해석된 영상으로 구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8. <서치>의 편집은 기존 영화와는 달리 촬영이 들어가기 전에 시작됐죠. 아니쉬 차간티 감독은 구글에서 익힌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 기술을 차용해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7주 전부터 미리 편집 작업에 돌입했죠. 이를 영화 제작으로 치환하면 '사전시각화'(Pre-viz)라 할 수 있는데요. 여러 가지 임시 영상들과 자체적으로 모은 여러 재료들을 미리 프로젝트의 초기 버전으로 만드는 방식이죠. 이는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문제점을 미리 발견해서 해결할 수 있었고, 촬영본 없이도 미리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전달해 작품에 대한 확신을 줬습니다.



9. 국내 관객에게도 <서치>가 인상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미국 내 한국계 가정이라는 설정 때문인데요. 그래서 작품에는 '한글'이 보이는 장면이 있으며, 출연진 모두 한국계 아메리칸으로 캐스팅이 이뤄졌죠. <스타트렉> 시리즈에서 일등 항해사 '술루'를 연기한 존 조가 아빠 '데이빗'을, 넷플릭스 <길모어 걸스: 한 해의 스케치>(2016년) 등을 통해 연기 경력을 쌓고 있는 미셸 라가 딸 '마고'를, 지난 4월 KBS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에서 '금성무'를 맡은 조셉 리가 삼촌 '피터'를, 2006년 가희, 손담비와 함께 '에스블러쉬'라는 댄스 그룹으로 데뷔한 바 있는 사라 손이 엄마 '파멜라'로 출연합니다. 이런 캐스팅은 할리우드에서는 보기 힘든 사례였죠.


10. 존 조는 지난 17일 열린 언론 대상 라이브 콘퍼런스에서 "한국에서 한국 배우들과 영화를 함께 촬영하고 싶다"라며, "스티븐 연과 점심을 먹을 때, 그가 한국어로 영화(<버닝>)를 촬영했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과연 한국어로 연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할 때, 스티븐 연이 '꼭 해봐, 존!'이라고 말했다"는 에피소드를 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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