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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Dec 27. 2018

[범블비] 역시, <최후의 기사>는 '명작'이었다

영화 일기#070 범블비


많은 관객이 마이클 베이를 비판해도, 언제나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팬이었다. ‘옵티머스 프라임’의 목소리와 함께라면, <사라진 시대>와 <최후의 기사>의 참담한 이야기도 견딜 수 있었다. 마법의 주문 “I am Optimus Prime". 이 시리즈의 일관성, 개연성, 통일성은 저 대사에 있었고, 저 한마디를 듣기 위해 만 원을 써왔다.


너무도 슬프지만, <범블비>엔 저 대사가 없다. 옵티머스 프라임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있었지만, 끝내 기대했던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이건 그의 영화가 아니니까. 그리고 마이클 베이의 영화도 아니다. 파괴 장인의 폭파 씬은 줄어들었고, <범블비>는 그 자리를 아기자기한 재미로 채워다. 그리고 성장 드라마라는 플롯이 중심도 잡고 있다. 볼거리는 줄었지만, 더 알차다. 성공적인 체중 감량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전통인 마이클 베이의 아우라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그것으로 대체되었다. <범블비>는 1980년대 대중문화를 전시하며, 옛 기억을 소환한다. 당시 할리우드의 중심에서 꿈을 필름에 새겼던 스티븐 스필버그(<이티>, <레이더스>, <쥬라기 공원> 등)의 작품들이 곳곳에 오마주 되어있다. 음악도 향수를 자극한다. 지금도 사랑받는 ‘Unchained Melody’ 등의 음악이 적당한 시점에 분위기를 잡아줘, 더 풍성한 영화가 되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던가. 더 부술 것이 없던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최초의 파괴 이전으로 돌아가 부활했다. '카마로' 대신 사용한 원작의 '비틀', 그리고 투박한 옵티머스 프라임 등의 이미지를 활용한 트래비스 나이트 감독은 이 시리즈가 잊고 있거나, 잃어버렸던 것을 되찾아줬다. 망가진 시리즈는 훼손되기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가 복원을 택했다.



그래서 <범블비>와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와 연결성을 보여주는 마지막 시퀀스에 절규했을 관객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트랜스포머'가 새로 시작하기를 바랐던 팬들에게, 그 부분은 이 영화의 유일한 오점이다.


마이클 베이를 좋아하지만, 그는 이 시리즈를 더 일찍 놓아줬어야 했다. <범블비>는 그가 이 시리즈에서 보여줄 것이 없던 시점에, 이미 떠났어야 했다고 말한다. 예전에 썼던 말을 꺼내, <범블비>에 대한 인상을 정리해본다.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는 누가 뭐래도 명작이다. 마이클 베이가 이 시리즈를 떠나기로 마음을 먹은 영화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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