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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Feb 22. 2019

'블랙팬서'는 웃을 수 있을까?

영읽남의 씨네픽업 - 91회 아카데미 시상식 특집(2)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영광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요? 시네마피아에서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10가지 관람 포인트를 두 편에 나눠서 준비했습니다. 지난 1편에 이어서 2편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여섯,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MCU도 못했던 기록 세울까?

소니 픽쳐스 애니메이션의 첫 번째 마블 코믹스 원작 장편인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공개 이후부터 파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브루클린 출신의 평범한 10대 소년 '마일스'가 새로운 '스파이더맨'으로 거듭나면서, 여러 개의 평행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오리지널 스파이더맨 '피터 B. 파커'를 비롯한 다른 차원에서 온 5명의 스파이더맨들을 만나 위험에 처한 세계를 구하는 이야기인데요. <스파이더맨 2>(2004년)가 시각효과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아직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영화들은 받지 못했던 아카데미 시상식 트로피를 먼저 받을 수 있을지, 그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전미 비평가 위원회상이 <인크레더블 2>, 새틀라이트 시상식이 <개들의 섬>을 선택해 초반 '오스카 레이스'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그러나 12월 공개 이후에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크리틱스 초이스 영화상,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연속으로 수상하면서, 판세가 기울어졌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모션을 하나의 이미지에 담아내어 스토리를 전달하는 만화책만의 강점을 활용했다"라며, "그동안 봐 온 다른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과는 차별화된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라고 밝힌 밥 퍼시게티 감독의 목표가 그대로 맞아떨어진 것이었는데요.



이번 작품은 1960년대 <스파이더맨> 만화책이 처음 나왔을 당시 프린트 기법과 현대의 CG 이미지를 섞어 구현됐기 때문에, 대다수 애니메이션보다 두세 배가량 더 많은 장면으로 구성됐습니다. 소니 픽쳐스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많은 제작진이 동원됐는데, 보통 애니메이터 한 명이 일주일을 꼬박 일해 약 4초 분량의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반면에, 이 작품은 일주일에 1초 분량밖에 만들지 못할 정도로 새롭고 복합적인 제작 방식을 통해 만들어졌죠. 여기에 CG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모션 블러 효과를 생략해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거칠게 넘어가던 옛 만화책의 느낌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이러한 기술적인 진화를 보여준 이 작품을 아카데미 시상식은 주목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여기에 다른 후보작들인 <인크레더블 2>나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가 사실상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상을 쓸어 담았던 픽사와 디즈니의 기술력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점, <개들의 섬>이 스톱 모션 기법을 선보였으나 '오리엔탈리즘 재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는 점, 그리고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미래의 미라이>가 본인의 커리어 작품 중 반복, 나열되는 전개로 인해 가장 큰 호불호를 만들어냈다는 점도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장편애니메이션작품상 수상 가능성을 높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곱, 2018 박스오피스 1위 디즈니 VS OTT 1위 넷플릭스 맞대결!

2018년 전 세계 박스오피스(2019년 2월 17일 기준) 상위 10위까지의 기록 중 가장 많은 3편을 차지한 스튜디오는 디즈니였습니다.(디즈니 3편, 워너 2편, 폭스 2편, 유니버셜 1편, 소니 1편, 파라마운트 1편) 그 덕분에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폭스(20개 후보, 폭스 서치라이트 포함)에 이어 디즈니(마블 스튜디오, 픽사 등 포함)가 유니버셜(포커스 피쳐스 포함)과 함께 17개 후보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작품 역시 다양한 장르에 포진되어 있어 2018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먼저 디즈니 작품 중 가장 많은 7개 후보에 이름을 올린 영화는 <블랙 팬서>입니다. '슈퍼 히어로'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작품상(케빈 파이기) 후보가 됐고, 미술상(해나 비츨러 외 1명), 의상상(루스 E. 카터), 음악상(러드윅 고랜슨), 주제가상('All The Star'), 음향믹싱상(스티브 보데커 외 2명), 음향편집상(벤자민 A. 버트) 후보에 이름을 올렸죠. 단순히 '신설'이 예정되어 있다가 연기된 '인기영화상' 부문을 대체하기 위해 올려진 '수상 들러리'에만 그치지 않고, 미술상과 의상상에서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와 더불어 유력한 수상 후보라는 점이 이색적입니다. 또한, 'MCU' 10주년을 총결산하고 지난해 20억 달러를 번 유일한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강력한 시각효과상(다니엘 수딕 외 3명) 수상 후보인데요.



이 밖에도 54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가 미술상(존 마이어 외 1명), 음악상(마크 샤이먼), 의상상(샌디 파웰), 주제가상('The Place Where Lost Things Go') 후보에 이름을, 시각효과상 부문에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크리스 코보울드 외 3명),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도미닉 투오히 외 3명)가 이름을, 장편애니메이션작품상 후보로 <인크레더블 2>(브래드 버드),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필 존스턴, 리치 무어), 단편애니메이션작품상 후보로 <인크레더블 2> 이전에 상영한 <바오>(도미 시)가 포함됐으며, 이처럼 디즈니는 히어로,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후보를 배출했죠.


하지만 이에 도전장을 낸, 명실상부 1위 OTT(Over The Top) 서비스 '넷플릭스' 작품도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 사상 최다인 15개 후보(단편다큐멘터리 작품상 후보 <엔드 게임>, <피리어드. 엔드 오브 센텐스.> 포함)를 배출했습니다. 지난 시간에 조명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상 첫 작품상 수상을 노리는 <로마>의 10개 후보 외에도, 베니스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코엔 형제의 옴니버스 영화 <카우보이의 노래>도 각색상(에단 코엔 외 1명), 의상상(메리 조프레즈), 주제가상('When A Cowboy Trades His Spurs For Wings') 후보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폭스를 인수하고, 독자적인 OTT 서비스까지 준비 중인 디즈니와 1위 OTT 자리를 지키려는 넷플릭스의 '수상 타이틀' 기싸움도 이번 시상식의 관람 포인트입니다.



여덟생애 첫 여우주연상-여우조연상에 도전하는 배우들!

이번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 중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배우는 <더 와이프>의 글렌 클로즈입니다. <더 와이프>는 남편 '조셉 캐슬먼'(조나단 프라이스)의 성공을 위해 평생을 바친 아내 '조안 캐슬먼'(글렌 클로즈)의 이야기로, 남편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지만 둘 사이의 갈등이 점점 심해져 파국을 향해간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글렌 클로즈는 새틀라이트 시상식, 골든글로브 시상식 드라마 부문,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그리고 미국 배우 조합상을 받으며, 다른 후보 배우들보다 앞선 수상 레이스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특이한 것은 여우주연상 후보들이 모두 첫 수상을 노린다는 것입니다.


지난 시간에 언급한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의 올리비아 콜맨, <스타 이즈 본>의 레이디 가가, <로마>의 얄리차 아파리시오를 비롯해 <캔 유 에버 포기브 미?>의 멜리사 맥카시 순으로 모두 첫 번째 수상 후보인데요. 하지만 가장 많은 후보에 올랐던 배우는 글렌 클로즈였습니다. <가프>(1982년), <새로운 탄생>(1983년), <내츄럴>(1984년)까지 3년 연속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엔 실패했고, 이후 <위험한 정사>(1987년), <위험한 관계>(1988년), <앨버트놉스>(2011년)까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세 작품도 수상에 실패하면서, 이번이 7번째 수상 도전이 됐죠.



이번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 중 가장 수상 가능성이 높은 배우는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의 레지나 킹입니다. <문라이트>(2016년)로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받았던 배리 젠킨스 감독의 신작으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여우조연상을 포함해 각색상(배리 젠킨스), 음악상(니콜라스 브리텔) 후보에 올랐죠. 할렘가를 배경으로 뱃속에 있는 아이를 돌보며 인종차별에 맞서 남편의 결백을 입증하려는 여성 '티시'(키키 레인)의 이야기를 다뤘는데, 레지나 킹은 '티시'의 어머니 '샤론'을 연기했습니다. 레지나 킹도 본인의 필모그래피에서 첫 번째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목됐죠.


레지나 킹은 전미 비평가 위원회상, 새틀라이트 시상식, 전미 비평가 협회상, 골든글로브 시상식,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연이어 여우조연상을 받았으나, 미국 배우 조합상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었는데요. 레지나 킹 다음으로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는 <바이스>의 에이미 아담스입니다. 에이미 아담스는 <준벅>(2005년), <다우트>(2008년), <파이터>(2010년), <마스터>(2012년)로 네 차례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 실패했고, <아메리칸 허슬>(2013년)로 생애 첫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역시 수상 인연은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될까요?



아홉, <버닝없는 외국어영화상승자는 또 <로마>?

칸영화제에서 벌칸상과 국제비평가협회상을, LA 비평가 협회상에서는 외국어영화상과 남우조연상(스티븐 연)을 받았고, 전미 비평가 협회상에서도 외국어영화상 등 후보에 올라 남우조연상(스티븐 연)을 받은 <버닝>은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쇼트 리스트'까지 오르는 영예를 안았지만, 최종 후보 진출에는 실패했는데요. 미국 현지에서도 유력한 후보로 언급한 만큼 아쉬운 장면이었죠. 결국, 유력한 외국어영화상 수상 후보는 새틀라이트 시상식부터 전미 비평가 협회상, 골든글로브 시상식,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모두 싹쓸이한 <로마>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그 외 후보들은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콜드 워>는 냉전시대 남녀 음악인의 사랑을 그린 영화로, 외국어영화상뿐 아니라 감독상(파벨 포리코브스키), 촬영상(루카즈 잘) 후보에 이름을 올렸죠. <이다>(2015년)를 통해 폴란드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안긴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의 신작으로, 전작에 이어 4:3 화면비의 흑백 영상은 감독의 독보적인 연출 미학의 정점을 보여줬습니다. 무엇보다 1949년부터 1964년까지 폴란드,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 등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는 운명적인 연인의 클래식 러브스토리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관계를 묻게 해주죠.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어느 가족>은 연금을 받는 할머니 집에 혈연은 아니지만, 가족처럼 모여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번째 아카데미 후보 작품이 됐는데요. "가족의 의미에 대해 지난 10년 동안 생각해온 것을 모두 담은 영화"라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의도처럼, 생계를 꾸리기 위해 좀도둑질을 하며 한층 더 강하게 맺어지는 이들의 모습은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진솔하게 응시한 감독의 진가가 빛을 발하며, '가족을 뛰어넘는 유대'란 무엇인가를 질문하죠.


3대에 걸친 근대 독일사의 실제 사건에 바탕을 둔 <작가 미상>은 <타인의 삶>(2006년)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던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신작으로, 촬영상(칼렙 디샤넬)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가버나움>은 부모를 고발한 레바논의 열두 살 소년 '자인'(자인 알 라피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나딘 라바키 감독은 중동 지역 영화에서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여성 감독이 됐죠. 나딘 라바키 감독은 "어떤 이유로든 무시당하는 모든 사람을 대변하는 한 소년의 싸움을 보여주려 했다"라고 밝혔고, 국내에서도 10만 관객을 넘기는 소소한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비슷한 수상 행보 보여준 60년대 배경 영화! <그린 북>과 <퍼스트맨>

인종 차별이 만연하던 1960년대에 천재 흑인 피아니스트와 백인 운전사가 미국 남부로 공연 투어를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그린 북>은 전미 비평가 위원회상 작품상,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코미디 뮤지컬 부문 작품상, 각본상을 받을 때만 하더라도 유력한 다관왕 후보로 점쳐졌었는데요. 그러나 공동 각본가이자, 실제 주인공 토니 발레롱가의 아들 닉 발레롱가가 과거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말한 '혐오 발언'에 동조하는 트윗을 남겼다는 것이 밝혀지고, 동시에 피터 패럴리 감독이 카메론 디아즈에게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1998년) 메가폰을 잡았을 당시 자신의 성기를 수차례 보여준 '추행' 사실이 밝혀지면서,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는' 상황을 만들었죠.


두 사람이 사과 발언을 했지만, 이후 <그린 북>이 작품상과 각본상을 받은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남우조연상 후보인 마허샬라 알리의 수상 행보는 거침없었는데요. 골든 글로브 시상식을 시작으로,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미국 배우 조합상,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받으며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유력한 수상 후보로 점쳐지고 있죠. <문라이트>로 생애 첫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을 받은 그가 2년 만에 다시 한번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는지 여부도 이번 시상식의 관람 포인트입니다.



한편, <라라랜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신작, <퍼스트맨> 역시 1960년대를 배경으로 했는데요.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의 선장 '닐 암스트롱'의 여정과 비화를 다룬 작품이죠. <퍼스트맨>은 '오스카 레이스' 초반만 하더라도 유력한 음악상 후보로, <위플래쉬>(2014년), <라라랜드>의 음악을 담당했던 저스틴 허위츠 음악감독은 새틀라이트 시상식, 골든 글로브 시상식,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을 모두 휩쓸었으나, 정작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는 '이변'을 연출하고 말았는데요.


여기에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편집상을 받은 톰 크로스 편집감독 역시 아카데미 시상식에 후보 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말았죠. 이렇게 유력한 수상 후보였던 두 부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게 되자, <퍼스트맨>은 무관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번 시상식에 후보로 오른 미술상(나단 크로리 외 1명), 시각효과상(폴 램버트 외 3명), 음향믹싱상(존 테일러 외 3명), 음향편집상(아이-링 리 외 1명) 중 그래도 미국 현지에서 수상을 점치고 있는 부문은 음향편집상인데요. 그만큼 달 착륙 직후의 고요한 순간, 우주선이 발사되거나 기체가 심하게 요동칠 때 나오는 음향 효과들이 잘 편집됐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수상 결과와 상관없이 IMAX 화면으로 만끽한 달 착륙 시퀀스 만큼은 인상적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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