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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Mar 26. 2021

[인천스텔라] '인터스텔라'의 영리하고 재기발랄한 변주

Appetizer#167 인천스텔라

'누군가 우주에서 한글로 구조 신호를 보냈다'라고 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냐'고 화내거나 웃어넘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백승기' 감독이 했다면, 믿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언젠가 우주 영화를 준비한다던 그의 말을 믿지 못했던 것처럼. 하지만 그의 말은 진심이었고, <인천스텔라>를 가지고 왔다. 진지한 얼굴을 하고서.
영화 <인천스텔라> 스틸 컷(출처: (주)영화사 그램)

<인천스텔라>는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는 명작 <인터스텔라>를 변주한 '오마주' 성격이 짙은 작품이다. 우주를 배경으로 사람을 연결하고, <인터스텔라>처럼 사랑에 관해 말하기도 한다. 단, 사실적인 질감을 위해 30만 평이 넘는 밭에 옥수수를 경작할 수 있던 크리스토퍼 놀란과 달리, 크로마키 촬영 시간에 쫓겨 옥수수조차 씹을 여유가 없던 백승기 감독의 지갑 사정은 달랐다. 우주를 시각적으로 구현해야만 하는 이야기에서 이는 엄청난 차이다. B급을 넘어 C급 영화인으로 본인을 규정하는 백승기 감독의 재치와 아이디어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제작비를 고민한 흔적은 영화 곳곳에 남아있. '백승기'라는 장르에 어울리는 PPL 표현되었지만, 냉정히 말해 이는 이야기의 구멍이었다. 제작비를 객석의 관객에게 전가하는 것이기에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정적으로 영화의 완성도에도 해가 되었다는  가장 아쉽다. <인천스텔라> 영화에 필요하지 않은 부분이 들어가야만 했던 한계가 있었고, 그만큼 백승기 장르의 매력이 반감되었던 거대한 프로젝트다.

영화 <인천스텔라> 스틸 컷(출처: (주)영화사 그램)

이런 상황에서도 영화에 빛나는 매력이 있다는 건, '부천의 총아'가 허상이 아님을 증명한다. <인천스텔라>는 <인터스텔라>를 재기발랄하게 변주하며 그 옆에 나란히 설 수 있는 우주 영화가 되는 데 성공했다. '키치'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시도를 통해 대중문화의 매력과 의의를 담아냈다. 여기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B급 영화의 아이콘이 된 자신의 이미지를 <인천스텔라> 내외적으로 활용하는 영리함도 볼 수 있다. 영화를 넘어 놀이로서 작동하는 대중문화의 가치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만듦새에 관해 아쉬움을 말하며 시작한 글이지만, <인천스텔라>는 우주에 깃발을 꽂는 대업을 이뤘다. 우주라는 미지의 영역에서 또 다른 미지의 존재인 인간에 관해 말하는 그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우리는 모두 별의 자녀'라 말하며 시작하는 영화는 별과 별을 연결하며 사랑과 인간의 시작, 그리고 운명에 관해서 생각하게 한다. 한국에서 만든 가장 로맨틱한 우주 영화다. <인터스텔라>와 비교하면 분명 아쉬운 CG이지만, 영화관 관람을 권하는 건 <인천스텔라>도 스펙터클의 영화이며 큰 화면으로 볼수록 감정적 여운이 더 큰 탓이다.


백승기 감독의 영화는 그가 영화를 만드는 것, 그리고 그와 영화의 관계를 꾸준히 말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인천스텔라>는 영화와의 만남 덕에 감독으로 재탄생할 수 있던 그의 이야기였고, 그 속에 B급 영화의 아이콘인 자신까지 투영한 신비한 영화다. 영화와 사랑에 빠진 이 남자의 다음 작품도 기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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