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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Apr 15. 2021

[서복] '복제 인간'을 멜로 감성으로 풀었을 때

Appetizer#169 서복

올해 한국 영화를 대표할 키워드엔 ‘SF’가 꼭 들어갈 것 같다. 바이러스 국면으로 많은 영화가 개봉하지 못했지만, 넷플릭스로 공개된 <승리호>에 이어 티빙과 극장에서 동시 개봉하는 <서복>은 과학 기술의 발달을 중심에 두고 새로운 이야기를 보였다.


<승리호>에서 테크놀로지와 이미지가 인상적이었다면, <서복>은 과학의 발전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인간의 고민에 포커스를 맞췄다. 한국 상업 영화계가 특정 코드를 답습하며 자가 ‘복제’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등장한 ‘복제’ 인간의 이야기는 어떤 메시지를 던졌을까.

영화 <서복> 스틸 컷(출처: CJ ENM , 티빙)

서복, 제목에 고민을 담다

‘서복’은 영화 속 복제 인간의 이름이다. 불멸의 존재로 영원의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 이 이름의 유래는 중국에 있다. 죽음을 정복하고 싶었던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으라 명했던 신하의 이름이 서복이었다. 이 연장선에서 <서복>은 모든 인류가 가지고 있었고, 앞으로도 가질 죽음이란 공포를 극복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죽음 앞에서 삶을 꿈꾸는 이의 간절함, 죽음을 통제하고 이를 이용하려는 욕망, 그리고 영생 위에서 삶의 의미를 묻는 철학적인 면까지 담아냈다.


설득력과 따뜻함을 더한 박보검

영화에서 가장 각인되는 이미지는 박보검의 눈망울이다. 실험실 밖의 세상과 인간의 삶을 모른 채 자란 실험체의 맑은 이미지를 연기하는 데 박보검은 꼭 필요했다. (‘소년성’으로 대표되던 강동원의 자리를 이어받은 듯하다) 박보검은 복제 인간과 세상의 충돌, 여기서 오는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감정의 진폭이 큰 서복은 박보검을 통해 설득력을 얻고, 관객이 이를 바라보는 기현(공유)의 시점에 이입하게 한다.

영화 <서복> 스틸 컷(출처: CJ ENM , 티빙)

SF에 감성을 더하다

<서복>의 기자간담회에서 이용주 감독은 긴 공백기로 주목을 받았다. <서복>은 흥행과 함께 신드롬이 된 <건축학개론>의 개봉 이후 9년 만에 도착한 신작이다. 멜로 영화로 한 획을 그었던 감독의 신작이 SF 장르라는 데 궁금증이 증폭되기도 했다.


<서복>은 인간 복제를 소재로 했던 <블레이드 러너>, <아일랜드> 같은 영화와 공유하는 고민이 있다. 여기서 <서복>이 차별점을 보이는 건 앞서 언급한 영생에 대한 고민과 서정적인 분위기에 있다. 기현과 서복은 유사 아버지와 아들 혹은, 브로맨스의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다 종종 멜로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이 서정성이 <서복>의 변별점이자 매력이다. 물론, 이 감성적인 연출에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영화는 이야기보다 철학적인 질문에 집중하고, 그래서 이야기가 정체되어 답답한 지점이 있었다. 그 밖에도 몇몇 액션과 CG는 낯설게 다가오기도 했다.

영화 <서복> 스틸 컷(출처: CJ ENM , 티빙)

남아있는 '복제'라는 과제

모처럼 개봉한 큰 영화에 <서복>을 향한 기대가 큰 상황이다. 큰 기대 탓에 아쉬움도 클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영화의 외연이 확장되고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새로운 소재를 가져옴에도 이용주 감독의 방식으로 연출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여기에 기현과 서복이라는 캐릭터에 관객이 이입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면서, 공유와 박보검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준 선택도 눈에 띈다.


다가올 한국의 SF 영화가 <서복>에서 관객이 느꼈던 아쉬운 점을 복제하지만 않는다면, 한국 영화는 영생을 꿈꿔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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