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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Feb 15. 2022

[지금 우리 학교는] 실패를 모르는 넷플릭스 K-좀비

Appetizer#171 지금 우리 학교는

 넷플릭스 좀비 드라마다.  ‘킹덤시즌1 시작으로 시즌 2 ‘아신전’, 그리고 ‘스위트 까지 K-좀비물은 1 주기로 부활하고 있다. 공개될 때마다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던 K-좀비.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뒤를 밟고 있다. 좀비처럼 퍼지고, 쉽게 꺼지지 않는 인기 덕에 한국 글로벌 콘텐츠 중심에 있는  장르의 계보를 ‘지금 우리 학교는 어떻게 잇고 있었을까.

한국 좀비에 관한 분석은 이미 많이 진행되었다. 기존 좀비물보다 사회 시스템의 붕괴 속에 혼란을 겪는 시민을 조명해왔고, 월등히 빠른 좀비들의 속도에서 오는 긴장감 등을 특이점으로 꼽을 수 있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역시 이런 특징을 계승했고, 동시에 이 작품만의 변별점을 만드는 데도 성공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차별점은 학교를 무대로 좀비와의 추격전을 완성했다는 데 있다. 교실, 급식실, 방송실 등 모두에게 익숙하지만, 아직 좀비에겐 낯설었던 학교는 비교적 좁은 공간임에도 개성 있는 공간이 세밀하게 분리되어 있다. 덕분에 다양한 양상을 가진 탈출 서사를 만들 수 있었다. 과목별 교실엔 뚜렷한 특성을 가진 소도구가 있고, 학생들은 이를 활용해 퍼즐을 풀 듯 좀비를 따돌리는 전략을 세워 나간다.

더불어 학생들의 시선에서 본 재난 상황은 어른들의 얼굴과 사회 시스템을 날카롭게 조명한다. 책임져야 할 어른들은 도망가거나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국가 시스템 역시 학생들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 이는 부패한 사회 시스템을 겨냥하면서 감염병이라는 재난 상황 앞에서는 시스템도 모든 시민을 구할 도리가 없다는 점을 말한다. 더 나아가 다수를 위해 누군가는 구해지지 못하고, 희생을 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잔혹한 진실까지 마주하게 한다.


더 흥미로운 건 좀비를 감염병으로 규정함으로써 지금 우리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는 점에 있다. 감염병의 확산 과정과 방지 대책, 그리고 드라마에서 보이는 다양한 양상은 바이러스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가 오버랩되면서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이런 점에서 바이러스 시대를 통과 중인 전 세계가 몰입하고 이입할 부분이 충분히 있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주인공들이 ‘좀비’라는 존재를 인지하고 있다는 설정도 인상적이다. 최근의 좀비 콘텐츠엔 정보의 비대칭성이 두드러졌다. 좀비가 메이저 한 소재가 되면서 시청자는 좀비에 익숙하지만, 극 중 인물들은 좀비를 모르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소모하는 시간이 많았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주인공들은 좀비를 인지하고, 그들의 특성도 빠르게 이해하면서 상황에 적응한다. 덕분에 좀비를 설명하는 시간이 대폭 줄었고, 빠른 전개를 보일 수 있었다.


물론, 웹툰 원작과 비교해 아쉬움을 표현하는 팬들도 있다. 여기에 답답한 캐릭터 설정과 작위적인 이야기로 지연되는 서사, 종종 설정을 파괴하는 연출도 목격되는 지점이 있어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는 작품이다. 그렇다 해도 재난과 탈출에 집중을 한 덕분에 새로운 좀비물로 어필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지금 우리 학교는’은 K-좀비물의 장점은 취하고, 또 독자적인 분위기와 이야기로 K-좀비물의 다음 주자로서의 역할을 해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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