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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Feb 21. 2022

[모럴센스] 이 취향이 아닌, 이 영화에 반대하는 이유

Appetizer#172 모럴센스

지배와 복종, 그리고 사랑이 아닌 계약으로 묶인 남녀관계. 연애는 배제한 채 개인의 특별한 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만남. 여기에 섹슈얼한 코드까지 더해지면, 일상에서 쉽게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가 된다. 이처럼 개인의 은밀한 취향이 사회의 금기와 부딪히는 걸 목격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 <모럴센스>는 'B.D.S.M'이라는 낯설고 말하기 어려운 소재를 대중문화 안으로 끌어와 소개하고, 공감을 유도하려 했다.

이런 소재로 가장 유명한 걸 꼽으라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가 있다. <모럴센스>와 함께 언급되기도 하는 이 작품은 '트와일라잇'의 팬이었던 E.L. 제임스의 팬픽으로 출발한 이야기로, 디테일한 성적 묘사로 화제가 되었다. 영화로도 엄청난 흥행에 성공하면서, B.D.S.M을 대중문화에서 말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모럴센스>는 소재면에서 이 시리즈와 닮았지만, 세부 설정은 완전히 다르다. 남녀의 역할이 역전되었고, 평범한 직장을 무대로 일상과 특별한 취향이 부딪히는 지점을 조명했다. 더 현실적이고 친근한 접근이다.


<모럴 센스>는 이런 세팅을 통해 '지배 복종' 이라는 관계를 추구하는 이들을 '변태'가 아닌 '평범한' 존재로 바라봐 달라고 말한다. 지후(이준영)와 지우(서현)는 서로의 동의 하에 규칙을 세우고, 타인에게 그들의 취향을 강요하지 않으며, 피해를 주지 않는 사생활의 영역에서 플레이를 추구한다. 동시에 영화도 이들을 더 일상적인 존재로 묘사하기 위해 자극적인 장면을 최소화하는 연출을 택했다. 자극적으로 소비되는 소재로 만든 로맨틱 코미디이자 동화. 이 충돌 탓에 영화 내적으로는 애매한 톤 앤 매너 속에 더 깊은 고민을 다루지 못한 아쉬움이 있고, 외적으로는 넷플릭스의 성인 콘텐츠와의 괴리감이 있을 수 있었다.

이런 충돌과 함께 얕은 인물 묘사는 <모럴센스>가 B.D.S.M을 가볍게 소모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영화 속 소개처럼 지우와 지후가 점 하나의 차이로 이름이 다르듯, 특별한 취향과 평범함 사이에도 간극이 없다고 보여주고 싶었던 영화는 종종 복잡한 걸 간단하게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우선, 지우가 지후의 성향과 플레이에 동의하는 동기가 지후의 외모라는 간단한 설정은 이 성향을 가진 이들의 심리를 너무 얇게 묘사해 오히려 편견을 만들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그리고 지우가 지후와 가까워지는 것 외에, 이 플레이 안에서 어떤 즐거움을 추구했는지도 모호했다.


영화가 선택한 결말 역시 의문이다. <모럴센스>는 'B.D.S.M이란 취향을 가지고 이 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물음엔 답을 하지 않는다. 이런 성향을 하나의 취향이라고 말하고자 했던 동화는 다른 구성원들과의 괴리감을 확인하는 방향으로 갈등을 전개한다. 그러다 결국 타인과의 폭로전으로 많은 갈등을 봉합하는 선택을 한다. 이때, 두 사람의 취향이 타인의 무엇과 등가 교환되는지를 보면 영화의 선택은 더 아쉽다. 그렇게 그들의 취향은 그들만의 즐거움으로 남겨둔다. 이미 동화적인 이야기로 방향을 잡았다면, 조금 다른 방향의 엔딩을 기대하는 게 무리였을까.

B.D.S.M이 하나의 취향으로 존중받길 원했던 영화적 선택과 그 취향이 사회와 공존할 수 없다는 뉘앙스의 결말. 흔들리는 이야기의 톤 앤 매너는 영화 밖 관객을, 얕은 인물 묘사는 영화 속 소재를 외면했다. 소수의 취향을 상업영화로 가져와서는 결국 그들을 배제하는 이야기를 전개한 <모럴센스>. 이건 누구를 위한 영화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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