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파트2' 볼까, 말까?
'스페이스 오페라'는 영화계에서 꾸준히 사랑받았던 장르다. 이는 '우주'라는 미지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뜻하며, 이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은 영화를 넘어 대중문화의 왕좌에 앉기도 했다. 1960년대부터 TV에서 방영된 '스타트렉' 시리즈, 1980년대부터 영화관에서 상영된 '스타워즈'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작품들은 대중문화의 부흥기와 맞물려 파급력이 엄청났고, 지금까지도 시리즈가 제작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후에 이들의 자리에 도전장을 내민 새로운 작품들이 없지 않았지만, 아이콘이 될 정도로 인상적이지는 못했다. 바로 이 자리를 넘보고 있는 작품이 있었으니, 그 주인공은 스페이스 오페라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듄>이다.
<듄: 파트 2>는 아라키스 행성을 무대에서 펼쳐지는 폴(티모시 샬라메)의 여정을 담았다. 황제에 의해 가문이 파괴된 뒤 살아남은 유일한 후계자 폴. 그는 사막 지역으로 도망쳐 반란군들에게 숨어 지내며 그들의 생활 방식을 익혀 간다. 반란군에게 내려오는 예언에 따라 메시아로 폴은 반란군들과 함께 황제의 군대를 공격하며 복수를 준비하고, 점차 위기를 느낀 황제도 다른 귀족 가문은 반란군을 처리하기 위해 대규모 공격을 계획한다.
<듄: 파트 2>는 진입장벽이 높은 영화다.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듄: 파트 1>의 내용은 기본이고, 그 외에도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 권력의 향방을 결정하는 '스파이스'라는 희귀한 자원, 엄청난 지식과 초인간적인 능력을 가진 '베네 게세리트', 사막 지역에서 가장 위협적인 적 '모래 벌레' 등은 2021년에 전 편을 봤던 관객에게도 낯설 수 있다. 때문에 이 세계를 이루는 요소를 관람 전에 알아보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런 과정이 번거로울 수 있지만, <듄>의 세계관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기에 시간을 쏟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
이런 방대한 세계관은 소설로부터 만들어졌다. 1965년 프랭크 허버트가 쓴 『듄』은 가장 많이 팔린 SF 소설로(2,000만 부 이상)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와 <왕좌의 게임>, <스타워즈> 등의 영상 콘텐츠부터 최초의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듄 2]까지 다양한 대중문화에 영향을 끼쳤다. 독창적인 무대 위에서 독특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는 탄탄한 세계관이 매력적이었던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프랭크 허버트는 여섯 권의 '듄 연대기'를 쓰고 세상을 떠났는데, 이 시리즈를 다 끝내지 못한 상태였다고 한다. 영화화된 듄 파트 1, 2는 1권의 내용이며 이번 영화의 성공으로 다음 이야기도 영화로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카메라를 들고 이 방대한 세계를 항해 중인 드니 빌뇌브 감독은 <듄: 파트 2>를 추천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긴 시리즈를 한 명의 감독이 모두 연출하는 건 작품의 통일성과 일관성 면에서 도움이 된다.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보장할 수 있다는 거다. 반대로 큰 덩어리를 모두 망칠 수 있다는 리스크도 있다. 하지만, 드니 빌뇌브가 지휘를 맡았다는 건 원작과 영화 팬 모두에게 축복이다. 그는 <컨택트>와 <블레이드 러너 2049>를 통해 SF 장르에서의 뛰어난 역량을 검증받았다. <듄: 파트 2>에서는 어둡고 칙칙한 질감의 이미지로 절망적인 분위기 잘 표현했고, 음향 및 음악의 강약조절을 통해 관객을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한다. 그리고 황폐화된 사막 행성을 아름답게 담은 이미지는 우주 영화의 스펙터클을 제대로 맛보게 한다.
전체적으로 묵직한 영화였고, 이야기가 느리게 전개됨에도 흥미로운 이미지 덕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많은 선행 조건이 필요하지만, 무사히 탑승만 한다면 즐거운 경험을 약속한다. 『듄』을 뿌리로 둔 <스타워즈>와 <왕좌의 게임> 속 재미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 남은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모르지만, 드니 빌뇌브의 <듄>은 우리 시대를 대표할 '스페이스 오페라'를 향해 순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