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오브 프리덤' 볼까, 말까?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종종 영화가 상영되기 전에 볼 수 있는 문장이다. 이런 텍스트는 극영화의 현실성과 개연성을 보강하고 이야기의 힘을 강화해 관객을 더 몰입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게 진짜라고?' '저런 게 가능해?' 등 믿기 힘든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는 것에 충격도 받는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유독 이 텍스트가 선명하게 보였고, 상영관을 나온 뒤에도 '실화'였다는 사실이 머릿속을 맴돈다. 현실을 재료로 영화를 만든 영화이지만, 반대로 현실에서 영화 같은 일이 더 많이 일어나길 바라는 영화처럼 보이기도 했다.
영화는 한 남매에게서 시작한다. 미겔과 로시오는 한 여성의 권유로 아동 모델 오디션을 보러 가고, 그 뒤 연락이 되지 않는다. 이어서 카메라는 팀 밸러드(짐 커비즐)의 얼굴을 담는다. 아동 성범죄자를 쫓는 정부 요원인 그는 288명의 범죄자를 잡은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작전 중 팀은 인신매매 현장에 잠입해 범죄자를 잡고, 거기서 사라졌던 소년 미겔을 구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소년으로부터 로시오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평소 많은 범죄자를 잡았지만, 피해 아동들을 구하지는 못해 자책하던 팀.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그가 이 소녀를 찾기 위해 악의 근원에 다가가는 이야기다.
팀 밸러드의 영화 속 대사처럼 아동인신매매, 착취, 성범죄 등은 입에 담기에 끔찍한 범죄이기에 언급하기를 불편해하는 문제다. 많은 이가 세상 어딘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 무거워 두렵고, 우리와는 무관한 문제라고 생각하려 한다. 생각할수록 우울하고, 절망감과 무기력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일. 같은 이유로 <사운드 오브 프리덤>의 관람을 피하려는 관객도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영화는 관객이 집요하게 이 범죄를 정면으로 마주 보게 한다. 동시에 영화가 끝난 뒤엔 이 '바라보기'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무거운 소재를 장르 영화의 문법 안에 녹여 전달했다. 불편한 이야기를 관객이 끝까지 완주할 수 있게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로 만들어 낸 것이다. 타락한 욕망 속에 갖춰진 어둠의 시스템은 하나의 범죄 뒤에 더 큰 범죄가 연결되어 있고, 이를 팀 밸러드가 집요하게 따라가는 과정이 영화 내내 긴박하게 펼쳐진다. 수사, 잠입, 총격전 등 우리에게 익숙한 스릴러 영화의 이미지를 만날 수 있다. 여기에 4천 건 이상의 작전에서 6천 명 이상을 구한 팀 밸러드의 실화가 더해지면, 영화는 더 강한 울림을 준다. 특히, 엔딩 크레딧에서 볼 수 있는 실제 영상 자료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아 놀랍다.
실화 바탕의 영화는 대중에게 현실을 알린다는 목표와 함께 극 영화로서 재연 이상의 가치를 주기 위한 고민도 해야 한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한 사람의 집요함'을 꾸준히 조명했고, 이를 통해 '한 사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한 명을 구할 수 있다'라는 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 속 인신매매는 오늘도 일어날 수 있는 현재진행형의 문제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이를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외쳤고, 팀의 집요함이 미국 정부의 관심을 끌어냈듯 세상도 조금씩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관객 한 사람이 피해자 한 명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자유의 소리가 울려 퍼질 거란 믿음. 실화 바탕의 이 영화가 바라는 현실은 그런 게 아니었을까. 그걸 함께 믿고 싶어지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