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프로타주 #03] 더 테러 라이브
한국의 심장, 수도 서울에서 테러가 일어납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TV를 통해 보도되죠. 그런데 이 사람에겐 테러는 스포츠 같습니다. 잘생긴 MC가 있는 버라이어티 쇼처럼 보이기도 하죠. 타인의 공포가 시청자에겐 흥미로운 볼거리가 되는 <더 테러 라이브> 이번 주 시네 프로타주는 이 영화에서 무너진 마포대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까 합니다.
라이브는 지금 벌어지는 일을 바로 보여 준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스타의 일상부터 사건의 민낯까지 보여줄 수 있죠. 그런데 사건, 사고가 라이브로 보도되면 좀 섬뜩한 면이 있습니다. <더 테러 라이브>는 테러를 중계하는데, 이를 보는 시청자는 이 잔혹한 걸 왜 보는 걸까요. 피가 튀고, 사고로 누군가 죽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
이 장면을 볼까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사건 앞에 스릴을 느끼셨나요? 시청자는 호러 영화를 보는 것처럼 공포의 순간을 목격하려고 합니다. 공포의 쾌락, 혹은 죽음에 매혹을 느끼는 심리적 요인이 작용했을 수도 있죠. 어떤 이유든 자극에 이끌렸다는 게 중요합니다. <더 테러 라이브>는 자극, 호기심의 광기에 붙잡힌 언론과 시청자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더 큰 자극에 이끌리고, 이를 목격하려는 광기는 엄청난 시청률로 증명되죠.
그런데 타인의 죽음 앞에서 자극을 찾던 언론은 영화만의 일이 아닙니다. 영화가 개봉하고 몇 년 뒤, 우리는 국가적 참사를 겪고, 언론이 오작동하는 영화 같은 일을 직접 보게 됩니다. <더 테러 라이브>는 하나의 예언이 되었네요.
이 대사 기억하시나요? <내부자들>에 나왔던 명대사였고, 재미있게도 이것도 현실이 되었죠. 이쯤 되면, 현실이 영화를 따라가는 것 같네요. 개, 돼지에게 자극적 먹이를 주기 위해 <더 테러 라이브>의 차 국장은 쇼의 연출자가 됩니다. 사고를 드라마틱하게 만들고, 게스트를 캐스팅하려 애쓰죠.
그런데 이 영화의 재미있는 점 중 하나는 윤영화의 위치입니다. 그는 이 테러 버라이어티 쇼의 진행자며, 차 국장과 같은 쇼의 생산자였죠. 시청률을 보장하는 존재, 명성을 가진 언론인, 그는 그런 높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차 국장이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 윤영화는 알게 되죠. 자신 역시 차 국장의 도구였고, 그가 연출하는 드라마의 배우였음을. 그리고 우리는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의 명성 역시 방송 시스템이 이용하기 위해 입혀준 것일 수 있다는 점을 말이죠.
카메라가 꺼진 뒤, 윤영화는 무기력한 자신과 대면합니다. 이 방송국의 붕괴는 윤영화 자신의 붕괴라 할 수 있죠. 무너지는 건물 속에서 그도 알았을 것입니다. 자신은 장기판의 졸에 불과했단 걸. 그는 장기판, 즉 방송 시스템을 넘을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서울엔 30개가량의 다리가 있습니다. 그 중 영화는 왜 마포의 대교를 선택했을까요. 다리는 두 공간을 이어주는 시설물이죠. 그래서 다리의 붕괴는 공간의 단절을 뜻합니다. 마포대교는 마포구와 영등포를 잇는 대교죠. 그리고 영등포엔 방송국, 국회 등의 시설들이 밀집해있습니다. 이 영화가 제작되던 당시엔 대다수의 방송국이 여의도에 있었죠. 그러니 영등포와 마포구의 단절은 언론과 사회의 단절을 뜻하게 됩니다. 시청률의 광기에 언론이 시민과 멀어졌다는 것, 시민을 위해 작동하지 않는 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이 되죠.
그리고 박노규라는 노동자의 외침에서 국회, 즉 정치와 시민사회 역시 단절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더 테러 라이브’는 국가와 시민의 단절을 마포대교의 붕괴라는 사건으로 보여준 거죠. 또 한 번, 한국에 테러 영화가 만들어 진다면, 다음엔 어디가 붕괴되어야 할까요. 지금까지 시네 프로타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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