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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비로운별 Jul 06. 2020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순댓국과 소주 한 잔을 기약하며

밤과 낮의 표정이 확 달라지기 시작하는 5월 초중반쯤, 어린이의 행복을 위해주고 어버이의 은혜를 다시금 생각해보니 어느덧 찾아온 스승의 날. 


친구들과 선배들이 교생실습을 나가고 SNS에 올라오는 학생들과의 활동을 담은 글을 보니 나의 학창 시절이 떠오르고 이 시간들을 책임져주신 은사님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보통 선생님들과 함께 1년을 보내고 새로운 학년을 맞이할 때면 스승의 날을 축하드리는 연락을 드리거나 직접 찾아뵙기도 했는데, 잠시 병역 문제로 휴학하고 정신없는 삶을 살다 보니 스승의 날이 찾아와도 그냥 넘기기에 급급했다.


친구들에게도 스승의 날에 연락하냐고 물어보니 어느덧 안 하고 있는 눈치였기에 애꿎은 은사님의 메신저 프로필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다 마침내 용기 내어 들어간 대화방. 열어보니 지난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어 한 번 찾아뵌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만남을 위해 드린 메시지들이 덩그러니 머물러있었다.


마침내 정적을 깨고 나는 늘 그렇듯 형식적이고 낯부끄러운 인사로 포문을 열었고, 스승의 날을 축하드리는 동시에 은사님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솔직히 보내면서도 '선생님께서 나를 기억해주실까?'라는 걱정을 했었다. 가르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매년 새로운 아이들을 맞이해야 하고 그렇게 가르침을 주며 거쳐간 아이들은 수없이 많기에 지난 제자들을 기억하는 것은 우리가 봐도 쉽지 않아 보이는 일이다.


이렇게 우려 섞인 인사를 건네드리고 은사님께서는 많이 바쁘셨는지 밤이 깊어 갈 때쯤 답장을 해주셨다. 은사님께서는 잘 지내고 있다는 말씀과 함께 나중에 찾아오면 순댓국과 소주 한 잔을 하자는 기약을 하셨다.


나는 은사님의 답장을 받은 순간 감동이 밀려왔다. 우선 나를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계신다는 안도감과 함께 순댓국과 소주 한 잔이라니. 겉치레로 하신 말씀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좋았다. 지난날에는 학업 면에서 가르침을 받았다면 이제는 인생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답장을 받고 기쁨에 차오른 나는 다시 한번 안부 인사를 건네고 여느 때처럼 다시 대화방은 잠잠해졌다.




나는 이렇게 특별한 날의 우연을 빌려 은사님께 연락을 드렸을 뿐인데 뜻밖의 감동을 얻었다. 아주 사소한 연락이었을지 몰라도 나는 꽤 큰 것을 얻었다.


인간관계라는 것은 신뢰와 친밀함을 통해 서로 간의 보이지 않는 유착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만남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끔씩 전하는 연락 하나로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나는 이 언제인지 모를 순댓국과 소주 한 잔을 기약하며 또 다른 행복을 얻었다. 당신도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내가 먼저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연락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내가 먼저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있는 디딤돌 하나를 내가 보완해보도록 하자.



Photo by Christian Wiedig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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