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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비로운별 Aug 31. 2020

코인 노래방에 가고 싶다

혼자 가도 좋은 그곳

어느 순간부터인지 번화가에서 자기 좀 봐달라며 서로 번쩍거리는 간판들 중 신흥 강자로 떠올라 이젠 번화가뿐만 아니라 동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그곳, 바로 코인 노래방이다.


옛날에는 노래를 하고 싶다고 한다면 반드시 친구들에게 외쳐야 하는 말이 있었다. "노래방 갈 사람!"


왜냐하면 코인 노래방이 발달하지 않아 커다란 대형 게임장 내부에 부스 몇 개만 자리 잡고 있을 시절에는 시간제로 운영되는 룸 형식의 노래방이 대다수였기에 혼자 노래방에 간다는 것은 따로 친분이 있는 노래방 사장님을 지인으로 두고 있지 않는 한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시간제로 운영되는 요금은 학생들에게 그렇게 싼 편은 아니었기에 반드시 친구들과 더치페이가 필요하다. 그리고 막상 하고 나면 그 싸지 않은 요금에 얼추 맞추어서 서비스 시간도 제공되었는데 나는 이 노래방 서비스 문화에서 한국의 정과 인심을 배운 것 같다.




 처음에 노래방이라는 것 자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었다. 처음 노래방에 간 건 초등학교 때 어느 친구의 생일파티에 참석했다가(패스트푸드 식당에서 단체로 파티하던 그 시절) 노래방에 단체로 갔었는데 너무 시끌벅적해서 좋게 와 닿지는 않았었다.


그 이후 중학교 때는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가게 된 적이 있었는데 사실 그때 처음 깨달았던 것이 있었다. 나는 음치였다. 어느 순간 노래를 부르며 친구들이 아무 반응 없길래 몰래 휴대폰으로 녹음한 후 집에서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이게 무슨 노래인지 싶었다.


그 이후로 오기가 생겨 포털사이트에 '노래 잘하는 법' 이런 이론적인 것들을 검색해보고 가성을 써야 한다느니 복식호흡을 해야 한다느니 뭐 이런 이야기들만 머릿속에 넣은 채 또 얼떨결에 친구들 손에 이끌려 다시 방문한 노래방(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더치페이용이었나 싶다).


이번에는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 검색했던 것들을 머릿속으로 생각하기만 하면서 이번에는 '한번 다른 느낌으로 노래를 해볼까?'라는 혼잣말을 하며 노래를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했는데 웬걸, 친구들이 갑자기 노래를 잘한다는 칭찬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그렇게 잘하는 건 아니지만 원래 비약적인 발전이 더 눈에 띄는 법이다).


역시 칭찬은 최고의 원동력일까. 나는 그 이후로 노래방에 가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고 마침 성인이 되고 대학생이 되니 주변에 많이 생기는 코인 노래방. 나는 일상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들을 무심결에 코인 노래방에서 푼 듯하다.


코인 노래방은 아무래도 혼자 갈 수 있고 확실히 저렴하기 때문에 예전보다 더 많이 찾곤 했고 거의 학교 갔다가 집 앞 코인 노래방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에 가기 전에도 마무리를 코인 노래방에서 했던 것 같다.




지금 이 몹쓸 역병이 터지기 전에는 마침 노래방을 좋아하는 동네 친구가 있어서 자주 불러내고 불려지고(?) 했지만, 코로나 19 사태 이후로 코인 노래방에 가지를 못했다.


막상 평소에 자주 하던 취미를 강제로 못하게 되니 그 사소한 일상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냥 나 혼자서도 아무렇지 않게 지폐 몇 장을 챙겨 들고 가던 곳을, 동네 친구에게 '코노 가자'라는 카톡만 남기고 함께 가던 곳을 못 가고 있으니 답답하기도 하다.


괜스레 옆 방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내가 더 잘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과 친구와 함께 맞춰보던 듀엣곡들이 간간이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Photo by Gift Habeshaw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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