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비로운별 Dec 30. 2020

그들에게 난 어떤 의미일까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

여느 때처럼 노트북 앞에 멀뚱멀뚱 앉아 새로운 글감을 생각하고 있던 중,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던 시절 선임이었던 형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뭐 하고 있었어?"

"저 오늘 성적 나오는 날이라 성적 보고 있었죠.. 무슨 일 있어요?"

"아니, 그냥 심심해서 전화했어"


이런 식으로 안부를 묻고 성적 얘기도 하며 함께 요양원에서 일했던 때처럼 장난 가득한 대화로 통화가 이어지다가 형이 갑자기 내게 말했다.


"근데 너는 왜 전화를 안 하냐? 연락 좀 해라"


돌이켜보니 전화를 아예 안 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 나는 용건이 있을 때만 전화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위 대화 내용을 보더라도 거리낌 없이 전화를 걸었던 형과 달리 나는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본 것처럼 전화라는 행위를 안부성 연락이 아닌 용건이 있을 때만 하는 연락의 용도로 사용하는 편이고, 지금쯤 예상하고 있겠지만 나는 전화를 먼저 하는 편이 아니다.




나는 평소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보다는 전화로 하는 연락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스스로 믿고 있었다. 아무래도 서로의 목소리를 느끼며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그런데 다시금 살펴보니 내 취향이 달랐던 것은 아니지만 행동은 정반대였다. 전화는 적게 하고 메시지를 많이 했던 것이다.


뭐 그렇다고 연락을 먼저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오기만을 기다린 것도 아니다. 생일이나 새해 같은 특별한 날에만 연락하기는 했지만...


사실 주변 지인들을 둘러보면 별 이유 없이 전화하는 부류가 있고 나처럼 용건이 있을 때만 통화하는 부류로 나뉘는데 나는 전자의 경우를 신기하게 생각했었다. 아무래도 말주변이 없다 보니 괜히 먼저 이유 없이 전화했다가 대화가 끊기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앞선다는 이유로.




요즘 성격도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는지라 이에 발맞춰 이런 내 연락 성향을 바꿔보려고 노력 중인데 사실 쉽지 않다. 이 노력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의문 하나가 생겼다. '과연 나는 먼저 전화해도 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과 '혹시 내가 하는 전화를 불편해하지 않을까?'라는 혼자만의 고민이다.


누군가 속 시원하게 그렇지 않다고, 내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반겨주면 좋겠지만 글쎄, 내가 전화를 무심결에 받았을 때처럼 아무렇지 않지 않을까.


과연 나는 내 지인들에게 어떤 의미로 인식되고 있을까. 단순한 학교 동창? 그렇게 친하진 않았던 친구? 항상 조용했던 친구? 나는 도통 모르겠다.


당신은 지인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오늘따라 나의 이미지가 어떨지 궁금해지는 날이다.



Photo by Alain Wong on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코인 노래방에 가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