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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비로운별 Feb 28. 2021

점차 뒤처지는 사람들

심화되는 디지털 격차를 바라보며

몇 년 전만 해도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위치한 식당이나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것이 최신식인 식당에서만 무인 주문 기계, 즉 키오스크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 최근 코로나 19로 비대면의 방식이 확산됨에 따라 주문마저도 이에 맞춰가는 듯 키오스크가 없는 식당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예전 같았으면 새로운 식당에 가서 메뉴를 주문할 때 어떤 메뉴가 제일 맛있는지, 혹은 어떤 메뉴가 제일 인기 있는지 종업원에게 묻고 메뉴를 추천 받아 먹었겠지만 지금은 그냥 키오스크 앞에 가서 화면을 몇 번 누르면 수많은 메뉴들이 나오고 메뉴 사진 가장자리에 있는 'HOT' 표시가 인기 많은 메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해 준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 시대로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가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 또한 존재한다. 학교 수업 시간에서도 교사의 수업을 빠르게 이해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이해의 속도가 느린 학생들도 있기 마련인 것처럼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결국 뒤처지는 사람들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실 하나 고백하자면 이제 20대 중반에 막 접어든 나도 처음 키오스크를 사용할 때 상당히 어려워했었다. 터치하는 거야 뭐 스마트폰으로 많이 해본 것이기에 문제 되지 않았지만 점점 누르면 누를수록 세분화되는 선택지는 내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했다.


처음에는 매장 식사와 포장 단 둘의 선택지만 있더니 점점 늘어나 수많은 메뉴 카테고리들이 등장하고 '내가 먹고 싶은 메뉴는 어느 카테고리에 속하는 것인가...'라는 내적 혼란과 함께 겨우 메뉴를 찾으면 결제 방식도 뭐가 이렇게 많은지 긴장의 끊을 놓을 수 없었다. 그 당시에는 워낙 복잡했기에 멤버십이나 포인트 적립은 꿈도 꾸지 못했었다.


그래도 다른 사람이 하는 키오스크 주문을 관찰하고 이를 떠올려 계속하다 보니 지금은 큰 어려움 없이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고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럴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는데 바로 어르신들이다.


사람에게 편리하도록 만들어진 기술이 이들에게는 편리하지 않게 느껴진다. 그 기술들이라면 키오스크뿐만 아니라 은행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입출금을 자유롭게 하는 스마트뱅킹,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직접 해당 상점에 가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주문만 하면 집 문 앞으로 도착하는 온라인 주문 결제 시스템 등등 너무 편리한 나머지 이젠 일상으로 느껴지는 이 기술들은 그들에게 커다란 난관으로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워낙 적응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기에 국가적으로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자 이들을 대상으로 키오스크 등의 사용법을 가르쳐주는 디지털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과거 아무것도 모르던 우리들에게 생활의 지혜를 알려주시며 든든한 슈퍼맨처럼 느껴졌던 그들이 이제는 느린 손으로 이것저것 눌러보며 너무나도 빠른 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고 했던가, 사람이 사회 속에서 적응하려면 언제나 필요한 것이 배움이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언제나 젊은이들에게 도움을 청하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살아가게 된다면 향후 어떻게 변할지 모를 사회에 적응하는 것은 더욱더 힘들어질 것이기에 어르신들 스스로도 배우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어르신들이 뒤처지는 이유 중 하나로 젊은이들의 눈치를 보며 결국 포기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듯 이들의 속도를 너그럽게 이해해주고 적응에 도움을 주는 젊은이가 되려는 노력 또한 동반되어야 한다.


더불어 비장애인에 맞춰 만들어진 크고 높은 키오스크 기계이기에 휠체어를 타고 계시거나 서있는 것이 불편한 분들에게는 시도조차 불가능한 경우도 있으니 이들을 고려하는 것 또한 요구될 것이다.


어쩌면 빨라지는 사회 발전 속도에 소소한 배려와 이해마저도 뒤처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배려와 이해로 하나 되는 사회. 소외되는 이 없이 모두가 편리함을 느끼도록 발전 방향을 추구하는 것이 참된 '스마트 시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커지는 '디지털 정보 격차'…"따라가기 힘들어요"》- SBS뉴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55&aid=0000866859)



Photo by Bruno Aguirr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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