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향하는 경기도민의 비애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 어딜 가든 1시간 이상이 걸리는 거리상의 문제일 것이다. 나 역시 그렇기에, 지인과의 약속에 갈 때면 이어폰은 필수품이다.
이어폰이 필수품인 이유 중 하나는 세상과의 단절이다. 주변 소리를 억제해 주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활성화하고 나면, 갑작스럽게 끼어든 차량을 향한 버스 기사님의 경적 소리를, 이 정도면 모든 승객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일부러 목청을 높이는 것 같은 아주머니의 전화 소리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런 현실의 소음이 사라지면, 공허한 내 마음을 채우는 건 역시 음악이다.
음악도 결국 취향이기에 사람마다 듣는 곡이 다르겠지만, 나는 주로 한 곡만 주야장천 반복해 듣는 편이다. 5월 동안 내 플레이리스트는 어땠을지 보니, 국내에도 알려져 있는 일본 유닛 요아소비(YOASOBI)의 '러브레터(ラブレター)'만 반복해서 들었었다. 풋풋한 소녀가 고백하는 듯한 가사가 희망찬 선율을 타고 힘을 얻는 느낌이 좋았다.
이 곡은 요아소비가 일본 라디오 방송과 손을 맞잡고 진행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했는데, 청취자인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편지를 바탕으로 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가사를 보면 이 학생은 '정말 좋아하는 음악'에게 꾹꾹 눌러 담은 본인의 애정을 전하고 있는데,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을 정도로 메시지가 정말 귀엽다.
재밌는 건 '음악'을 '사람'으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절대 어색하지 않은 편지가 되는데, 특히 '불안하거나 헤맬 때 당신이 함께 있어준다면 앞을 바라볼 수 있다'는 가사가 너무 좋았다. 어떻게 초등학교 6학년이 이렇게 문학적인 생각을 했을지, 평소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을 아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이 아이 덕분에 나는 순수하고도 달콤한 이 곡에 한 달 동안 빠져 있었다.
이렇듯 음악을 들을 때 나타나는 내 습성은 하나에 꽂히면 계속 듣는 '반복 재생'이다. 음악 플레이어를 보면 교차 재생 버튼도 존재하지만 역시 색이 입혀진 버튼은 반복 재생 버튼뿐이었다. 어쩌면 이런 지독한(?) 성격은 내 사랑의 방식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남들은 내게 한 곡만 반복해서 들으면 질리지 않느냐고 물을 것 같다. 물론 언젠가는 질릴 수 있지만, 질린다는 건 싫다는 의미가 아니라 너무 좋아했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잠깐 질리는 건 너무 사랑했던 스스로를 돌아보며 더 깊은 매력에 빠지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고, 이런 과정을 반복한 끝에 이 곡은 마침내 꾸준히 꺼내 듣는 곡이 된다. 그리고 일정 기간만 듣고 버릴 곡이었다면, 애당초 반복해서 듣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 5월을 장악한 '러브레터'에 빗대자면 처음에는 멜로디가 좋아서 수십 번 들었다가, 가사에 눈길을 돌려 다시 수십 번 듣게 됐다. 그러다가 다른 노래도 궁금해졌고, 요아소비의 또 다른 매력을 담은 곡 '하루카(ハルカ)'를 발견하게 됐다. '러브레터'에 반복되는 내 애정은 요아소비의 다른 곡에 전이되며 확산한 것이다.
사랑도 애정의 반복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질리도록 좋아하다 보면, 나는 그 사람에게 발버둥 치며 또 다른 매력을 찾고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나는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당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알려주며 사랑하고 싶다. 이 칭찬은 그 사람이 뿌리를 굳세게 내리며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거름이 될 것이고, 새롭게 자라난 가지와 열매는 향후 전이되고 확산할 그 사람의 매력이 되겠지.
늘 착한 남자와 나쁜 남자를 놓고 본다면 후자가 우위인 것 같지만, 나는 재미가 없어도 상대에게 착한 남자가 되고 싶다. 꾸준할 정도로 반복되는 내 애정표현과 응원 때문에 상대가 나를 질려하더라도 이렇게 사랑하고 싶다. 다만 이렇듯 재미없게 반복되는 내 사랑의 방식이 당신을 너무 사랑했다는 의미였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끝으로 '러브레터'의 다른 가사를 인용해 글을 맺으려 한다.
'계속 곁에 있어줬으면 해요. 정말 좋아하는 당신이 언제까지나 울려 퍼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