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랑이란

by 신비로운별

모태솔로도 연애를 하고 싶다는 요즘, SNS를 둘러보던 중 '진정한 사랑'을 주제로 한 피드 하나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자세히 보니 지난 2011년 KBS1에서 방영한 '인간극장' 백발의 연인 편 에피소드였다.


121123.png 사진=KBS1 '인간극장'


방영 당시 서로 73년을 함께 하며 100세를 향해 가던 노부부 故 조병만 할아버지와 강계열 할머니. 할아버지는 기껏 함께 쓸어놓은 낙엽을 집어 할머니에게 뿌리다가 울리기까지 하는 등 장난기 많은 10대 소년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할머니에게 붙은 벌레를 잡아주거나, 읍내에 갈 때면 꼭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일편단심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두 어르신의 이야기는 독립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연결되는데, 아무래도 나만 몰랐던 것 같다. 이들의 이야기를 이제야 접했던 터라 어떻게 두 분이 70여 년의 긴 시간 동안 암수 정다운 꾀꼬리 같은 삶을 사셨는지 의문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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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미디어에 등장하는 기혼자들은 결혼을 앞둔 사람이 있다면 어찌 그런 선택을 했는지 물으면서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도망치라고 하지 않는가. 아직 결혼 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해 실제로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이는 정답게 수십 년을 함께한 어르신들의 모습과 엇갈리는 지점이었기에 당연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믿기지 않는 장면들이 이어지자 어르신들의 비결을 파헤치고 싶었다. 그래서 '인간극장' 에피소드를 비롯해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까지 단숨에 보게 됐다. 처음에는 미소로 시작했지만 점차 선명해지는 두 분의 이별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안타깝게도 할아버지의 모래시계가 먼저 멈췄지만 결코 이들의 사랑은 시들지 않았다. 올해로 100세를 맞으셨다는 강계열 할머니의 근황을 보면 여전히 단짝인 할아버지를 그리워하고 계신다고.


322.png 사진=KBS1 '인간극장'


그렇다면 영상을 통해 파헤치려 한 이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나이가 들어도 변함없는 할아버지의 재치? 하늘에 걸린 별을 따 선물하겠다는 다정한 영원의 약속? 소박한 삶 속에서도 잃지 않은 순수함?


글쎄,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두 분이 수십 년의 세월로 빚어냈을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감히 4시간가량의 시간으로 흉내 내려 한 나를 반성하게 됐다. 어쩌면 평생의 과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두 분의 삶은 내가 바랐던 사랑의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사랑이라면 언제라도 활활 타들어가는 불꽃같은 사랑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불은 문학 교과서에서도 강조하듯 대개 소멸의 속성이 있지 않나.


결국 내가 선택한 단어는 쉬이 품을 헤아리지 못할 만큼 넓은 산맥이다. 넓게 뻗으며 대한의 국토를 품은 산맥은 매년 푸르게, 붉게, 하얗게 옷을 갈아입지만 속성은 변하지 않은 채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다. 나 또한 진심으로, 열정적으로, 때로는 순수한 방식으로 사랑하며 오랜 시간 숲과 어우러지는 산맥이 되고 싶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떠오르는 노래 가사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고단했던 나의 삶에 단 한 줄기 빛이 되어준 그대 곁을, 이 생이 닳도록 내가 지킬 테니"


-김필, '나의 별이 돼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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