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 룡
원래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자연의 흐름이 있었을 뿐.
어느 날 불을 다루게 되면서
생각이란 걸 하기 시작했다.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면서
생각은 문화가 되고 문명이 되어
자연을 움직이는 주체라고
스스로 믿어 철학이 된다.
해와 달은 시간을 잉태하진 않았다.
자연스레 뜨고지고 있었을 뿐.
어느 날 생각이 생각을 더 할수록
점점 옥죄는 시간을 만들어 버렸다.
생각이 꼬리를 물어 전투를 해도
산사의 풍경소리에 잠이 들어도
시간은 계곡의 냇물처럼
그저 하염없이 흘러 간다.
그러나 시간은 생각에 따라
시위를 떠난 화살이 되기도 하고
나른한 정오의 포석정이 되기도 하며
살모사의 소굴에 갇힌 지옥이 되기도 한다.
침묵한다고 생각이 잠드는 것이 아니라
물방울이 바다에 던져질 때처럼
찰나의 여유조차 허용되지 않을 때
생각의 침묵은 비로소 완성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