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 룡
영화 마더 데레사를 보았다.
그녀는 삶을 자신의 의지가 아닌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본성으로 살았다.
그녀는 세상을 사는데 필요한 것이
책장에 꽂혀 있는 서류 뭉치들,
성경의 문자 그자체가 아님을 온 몸으로 보여준다.
生而不有(생이불유)
어머니가 자식을 낳아 기르는 것이
자기가 소유하기 위한 것이 아닌 것처럼
그녀는 오로지 버려진 자들을 위해 일했다.
爲而不恃(위이불시)
어느 날 내게 들어온 이 세상
소중한 자기 의지대로 사는 범인들과 달리
항상 하느님의 의지를 따라 행동했다.
그녀가 내 마음속에 이렇게
오래도록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나 같은 범인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성인의 도를 온몸으로 실천하고 살았기 때문이리라.
TV속 오웅진 신부를 보았다.
그 또한 자신을 버리고
오로지 어려운자들을 위해 헌신했다고 믿는다.
나를 안타깝게 하는 건
성인의 반열에 오른 마더 데레사와 달리
오웅진 신부는 이러저러한 구설수에
휘말려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인간은
무언가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하느님의 나라를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악마의 유혹에 빠질 수 있음을
가끔 잊고 사는 것 같다.
2004년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