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강가에서

황조롱이

by 이성룡

황조롱이



이 성 룡


한 아파트 베란다에

황조롱이가 둥지를 틀었습니다.

3마리의 새끼를 낳았습니다.

이를 모르는 아파트주민은

베란다에서 이불을 털다가

황조롱이의 공격을 받습니다.


주민들은 영문도 모르고

황조롱이가 공포의 대상이 되었으나,

새 어미는 새끼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미가 새끼를 지키느라

먹이를 구하지 못하여

새끼들은 영양실조, 어미는 사냥본능 실종이라는 전문가 진단과

여성주민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눈물 섞인 인터뷰가 이어졌습니다.

나도 황조롱이 가족이 불쌍하고 안 돼 보였습니다.


뒤이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습니다.

베란다 유리를 썬팅하여 차단하고

베란다 앞 허공에 생쥐들을 올려놓았습니다.

드디어 황조롱이가 사냥을 시작하고

생쥐는 새끼들의 먹이가 되었습니다.

방송은 황조롱이 가족을 구한 프로젝트 성공에

주민들의 즐거운 인터뷰와 함께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런데 방송이 끝난 후

갑자기 "생쥐는?"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