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강가에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성룡 Apr 26. 2024

호접란

       호접란



                        이성룡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달력 한 장을 넘기고야 찾아왔다.

용케도 사무실 한켠 호접란이

여느 해처럼 화사한 꽃을 피웠다.


처절하게 고립되고 버려져서

사막의 미아처럼 물이 간절했을 터..

용케도 사무실 한켠 호접란은

창밖의 자연만 바라보고 있진 않았다.


아프지만 꽃대의 꽃망울들 중에서

절반 정도만 골라 꽃을 피워내었다.

용케도 사무실 한켠 호접란은 

선택과 집중이란 걸 하고 있었다.


메말라 잎이 타는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쥐어 짜 내어

용케도 사무실 한켠 호접란은

혼자서 생명을 잉태하고 있었다.


이 어미 말라 비틀어져 죽더라도 

너만은 살아라 몸부림치는 것 같다.

비록 무지로 쏟아 붓는 폭포수지만 

용케도 사무실 한켠 호접란에게

진정 가뭄의 단비였으면 좋겠다.


** 2020.04.09. 코로나로 거의 한달 만에 찾은 연구실의 호접란

매거진의 이전글 봄, 들판의 벚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