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 룡
모든 것이 잠들어버린 이 땅
새봄을 알리는 개구리도
아직 겨울잠에 취해 있는데
애처로운 목련 한그루가
함박웃음으로 삶을 일깨운다.
이른 새벽 여전히 시린 바람을
헐벗은 채 견디는 단풍나무들
군계일학의 자태 뽐내는 목련을
시샘하듯 부러워하며
주먹 불끈 쥐고 꿈을 꾸어본다.
모든 것이 풍요로워진 이 땅
겨울을 준비하는 개구리도
아직 가을걷이에 여념 없는데
호기로운 단풍나무들이
화려한 의상으로 삶을 살찌운다.
이른 석양 어느새 차가운 바람에
바싹 마른 낙엽만 날리는 목련
산하를 빨갛게 물들인 단풍나무를
가슴깊이 닮고 싶어서
손 모아 기도하며 꿈을 꾸고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 다만,
실현 불가능한 꿈을 강요하는 것은
희망고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