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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룡 May 08. 2024

희망고문

     희망고문



                         이 성 룡


모든 것이 잠들어버린 이 땅

새봄을 알리는 개구리도 

아직 겨울잠에 취해 있는데 

애처로운 목련 한그루가

함박웃음으로 삶을 일깨운다.


이른 새벽 여전히 시린 바람을

헐벗은 채 견디는 단풍나무들

군계일학의 자태 뽐내는 목련을

시샘하듯 부러워하며

주먹 불끈 쥐고 꿈을 꾸어본다.


모든 것이 풍요로워진 이 땅

겨울을 준비하는 개구리도 

아직 가을걷이에 여념 없는데 

호기로운 단풍나무들이

화려한 의상으로 삶을 살찌운다.


이른 석양 어느새 차가운 바람에

바싹 마른 낙엽만 날리는 목련

산하를 빨갛게 물들인 단풍나무를

가슴깊이 닮고 싶어서

손 모아 기도하며 꿈을 꾸고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 다만,

실현 불가능한 꿈을 강요하는 것은

희망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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