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룡
화는 내가 자초한 것이고
복은 내가 이루는 것이다.
하지만 화든 복이든
어찌할 수 없는 우연한 것도 있다.
요양병원에 계시는 어머니
외래진료를 위해 한 달 전 부터
공적사적 대면모임을 취소하고
코로나 방역산성을 쌓았다.
진료당일 어머니와 나는
KF-94 마스크로 중무장하고
명당자리 골라 대기하다
무사히 진료마치고 복귀했다.
평화롭게 주말을 보낸 뒤
월요일 오후 낯선 전화 한통
진료대기 중 확진자와 스쳤다는
코로나 확진검사 통보였다.
TV 뉴스로만 보던 확진검사를
우리가족 모두가 받았다.
요양병원은? 아들 직장은?
매서운 겨울밤은 무척 길었고
다음 날 전 가족 음성 통보는
아름다운 아침이 되었다.
화도 복도 누구나의 것이지만
복은 스스로 준비된 자의 것이다.
화의 갑작스런 화살은 피할 수 없지만
이로 인한 두 번째 화살은 막을 수 있다.
화는 내가 자초한 것이고
복은 내가 이루는 것이다.
복은 무슨 일이 닥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일어난 일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있다.
** 2020년, 전 세계가 코로나 19로 난리법석일 때의 이야기입니다.
몇년 지난 지금은 그저그런 독감처럼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