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황금
울룰루를 목표로 기나긴 여행길 중간에 들른 마을들 중에 Coober pedy와 Kalgoolrie가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광산 때문에 생긴 마을이라는 점이다. Coober pedy는 그 유명한 opal광산 마을로 오팔은 전 세계의 95%가 호주에서 나오는데, 그 중의 75%이상이 여기서 나온단다.(맞나? 며칠 안 되었는데 가물가물하네... 아님 말고...) 마을이라고 해봐야 1000명이나 살까? 하는 마을이다. 그야말로 사막 한가운데에 있어 마을 풍경이 황량하기 그지없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사막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촬영장소로, 유명관광지로 소개되어 있다. 그 중 내가 아는 영화는 Mad max라는 영화다. 보니 딱 그 분위기다. 이곳 건물의 특징은 동굴에 입구만 삐쭉 내민 반 지하 형태이다. 건조한 기후에 여름엔 55도가 넘을 때도 있다는 이런 곳에서 사람들이 살기 위해 선택한 것이리라.
<사진> 광산이다. 산에서 땅굴파고 오팔 캐는 줄 알았는데.. 그냥 포크레인으로 긁는다. 여기 저기 금 그어 놓고 땅 뒤집으면 막 나오나 부다.
<사진> 동굴 교회다. 어째 예수님이 언덕 위에서 산상 설교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진> 모텔이다. 사람들이 돈 내고 이 속에서 잔다. 언덕에 굴뚝같은 것들이 환기 구멍이다.
아무리 돈 되는 돌덩어리가 나온다 해도 참..... 인간의 능력이 한 이 없는 것인지... 욕심이 끝이 없는 것인지.... 심지어 삶의 기본 조건인 물도 없는데, 이런 곳에서 웃으며 산다. 관광객도 온다. 물(?)... 바다 같은 호수도 있다. 근데 물 아니다. 소금이다. 내륙 한 복판에 소금뿐인 호수..... 호주 지도에 그려 있는 대부분의 호수는 Dry Lake다. 그래도 사람이 산다. 인간 만세....
<사진> Lake of Hart
또 다른 하나는 Kalgoolrie인데, 여긴 비교적 도시 축에 들어간다. 30,000명 정도 산다니까... 호주에선 이정도면 제법 큰 도시(?)다. 얼마 전까지 호주의 주요한 금광 도시 중의 하나였고 지금은 니켈로 연명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 도시는 WA의 주도인 Perth에서 내륙 쪽으로 약 60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동네도 물이 없는 황량한 벌판이라 사람 살기에 적합한 곳이 못된다. Perth에서 이곳까지 이미 100년 전에 송수관을 건설한 걸 보면 황금이 많이 나오긴 했었나 보다.(금이 그렇게 좋은가???)
<사진> 도시 전경이다. 주변이 황량한 광산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근데 이곳도 금광에서 니켈로 바뀌어서 인지, 집들은 낡았다.
<사진> 옛날 prospector들이 살았다는 움막이다. 당시 금광 찾아 떠돌아 다니는 사람들의 생활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간다.
<사진> 우리도 금 캐기에 도전했다. 나오면 자기 꺼다. 깨알 같은 부스러기 세개 챙겼다. 역시 우린 행운을 몰고 다닌다.
<사진> Super pit이다. 니켈 캔단다. 뱀처럼 난 길 위로 다니는 트럭의 바퀴 지름이 성인 남자 키 보다 크니까, 저 웅덩이(?)의 크기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름처럼 거대하다. 인간이 마음먹으면 못하는 게 없다. 바벨탑이라고나 할까??
이 드넓은 그것도 사람 살기에 악 조건인 황량한 호주 벌판을 여행할 때마다 200년 전 이 대륙을 개척한 사람들의 용기와 도전 정신에 경의를 표하곤 했다. 근데 사실 알고 보면, 내가 경의를 표해 마지않는 개척자들은 사실 황금이라는 불을 쫓아 불 섶에 뛰어드는 불나방 들이었다. 결례인가? 이 들은 그들을 Prospector라 부른다. 처음 이들이 동부지역 멜번, 시드니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살다가 금광을 발견했고.... 그 옛날에도 신천지의 소문이 쫙 퍼졌고.... 황금을 쫓아 북으로, 북으로 이동 했고....(이때 벌써 중국인들도 있었단다. 우리 선조들은 뭐 했지 그때? 당파 싸움 했나? 아니지 아마 황금을 알기를 돌로 알고 정자에서 탁족하며, 청산리 벽계수를 읊었을 거야....) 북쪽 끝에 이르자 서쪽으로 돌아 다윈에 이르렀고 거기서 만족 못하고... 더욱 서진해서 port Hedland를 거쳐 다시 남진.... 금광 찾아 결국은 이곳 칼굴리에 도착한다.(대륙을 'ㄷ‘자 형태로 횡단 했다. ’ㅡ‘자가 아니고...) 이들의 이동 경로가 현재의 동부 시드니에서 멜번, 애들레이드를 거쳐 서부의 Perth에 이르는 호주 남부지역을 관통하는 1번 고속도로가 아니었다. 이는 서부에 사람들이 늘어난 뒤 나중에 개발한 도로다. prospector들은 직선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놔두고 수십 년에 걸쳐 엄청나게 돌아서 서부에 도착했다. 이를 보면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황금이었지 다른 건 안중에 없었을 것 같다. 금광도시마다 황금을 쫓다 노상객사한 prospector들의 공동묘지를 보면 상당히 많은 희생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황금이 뭐 길래... 그 젊은 나이(묘비명에 19세.. 22세... 어쩌고...)에.... 어쨌든 결과적으로 그들의 이런 무모함이 이 대륙을 개척해버렸다. 대단한 아이러니다.
우리가 오늘날 이렇게 거대한 문명을 이룩하고 자연을 호령(?)하며 살게 된 것은 인간 본연의 심성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욕망의 불길 때문 아닌가 싶다. 이것이 서로가 서로에게 끊임없이 얻기 어려운 재화를 귀하게 만들어 서로의 경쟁심리를 자극하고, 우리가 욕심 낼만한 새로운 상품을 계속 만들어 내어 다시 재화를 귀하게 여기게 만드는 순환 고리를 형성함으로써 엄청난 우리 문명 발전의 모티브가 되었으리라... 그 결과 우리는 자연의 순환 기능을 파괴하는 댓가를 지금 톡톡히 치루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문명이 不貴難得之貨(불귀난득지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긴 인간의 자연파괴에 대해 예상되는 재앙도 거시적으로 보면 스스로 그러한 자연의 순환 기능일지도 모르겠다. ‘天地不仁(천지불인)’ 곱씹어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