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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룰루 (Uluru)_4

3. 바위

by 이성룡

3. 바위


6일 동안 열심히(?) 달려 울룰루 6~70km 전방에 이르렀을 때 아스라이 자태를 들어내는 아래 사진을 보고 ‘와! 울룰루다!’하고 함성을 질렀다. 사진에서 보던 거와 조금 다른 모습이긴 하지만 주변에 여러 관광객이 열심히 사진 찍는 걸로 보아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아마 다른 각도에서 보면 제 모습이 나오겠지 하면서... 이것이 울룰루가 아니고 Mt. Conner였다는 걸 알아챈 건 불과 30분도 채 안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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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t. Co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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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울룰루

눈앞에 진짜가 나타난 것이다. 한치 앞도 분간 못하는 게 우리네 인간인데... 만물의 영장이라고 우쭐대고 산다. 제 삶의 터전 다 망가뜨리면서... Mt. Conner도 관광지이긴 하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비포장도로라서 4WD가 필요하거든...) 어쨌든 머나먼 여정 끝에 울룰루에 왔다. 캐러밴 파크에 여장을 풀 틈도 없이 석양의 울룰루를 관람했다. 빛의 양에 따라 울룰루가 다양한 색상을 보인다더니 정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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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ulrulu before sun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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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ulrulu with sunset


실제 보이는 모습을 사진으로 재현할 수 없음을 아쉬워하며.... 우리도 이 사람들처럼 와인까지는 아니었지만 음료수와 함께 의자에 앉아 버라이어티 쑈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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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난리 부르스다.


이젠 일출이다. 이른 꼭두새벽부터 일출 장면 보겠다고 많은 사람들이 설쳐댄다. 단체 관광객도 있다. 일본인, 중국인.... 중국경제가 급성장하긴 했나보다. 반대 위치라서 모양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다. 일출을 즐기면서 그대로 아침 식사에 커피까지... 캠핑카의 좋은 점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잠시 멈추면 레스토랑이요, 주차하면 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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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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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출 후


여기까지 와서 주변만 맴돌아서 되겠는가? 울룰루 정복하러 간다. 별로 높지도 않은데, 주변이 거칠 것 없는 평원인데다 풀 한포기 없는 돌덩어리라 바람이 많이 분단다. 그래 비가 오거나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등산 금지다. 다행이 날씨가 참 좋다. 나는 참 행운아 인 것 맞다. 지리산 에 딱 두 번 갔는데 두 번 모두 천왕봉 일출을 감상했다.(물론 천왕봉에 게양된 태극기도 봤다.) 한라산에 딱 한번 갔는데 정상에 올라 마음껏 주변 풍광을 즐기고 온 기억이 있다. 이번에 울룰루 까지....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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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상까지 쇠줄 하나 박아 놓았다. 스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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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저 밑에 내 캠핑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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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상에서 바라본 Kata Tjuta다.


울룰루에서 7~80km 떨어진 Kata Tjuta로 이동했다. 원래 더 큰 바위였다는데 풍화작용으로 여러 개로 나뉘었단다. 또 다른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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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ata Tjuta 들어가면서...


약 8km되는 Kata Tjuta를 걸어서 돌아보았다. 시시각각 날씨가 달라진다. 인디아나 존스 같다. 내가 쓴 건 파리 쫓는 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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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ata Tjuta 내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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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ata Tjuta 내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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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ata Tjuta 내부 3


한바퀴 돌아 도착할 때 쯤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늘 모습이 완전히 달라졌다. 걷는 동안 힘들지 말라고 태양을 가려 주더니 도착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참 고마운 자연이다. 원래 이곳은 건조한 곳이라 이런 모습 보기도 쉽지 않을 텐데... 나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주느라고...


내가 여기 자주 올수 없는 손님인줄 알고 골고루 보여준다. 구름 품에 안긴 울룰루, 비에 젖어 눈물 흘리는 울룰루도 보여 주었다. 이건 아무나 볼 수 있는 게 아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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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구름모자 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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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골짜기마다 눈물이... 폭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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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골짜기 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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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목마른 대지에 생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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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호주의 Grand Canyon이 라는 Kings Canyon도 들렀다.


Uuluru-Kata Tjuta National Park을 이루고 있는 이 땅은 Anangu라는 원주민의 오랜 터전이다. 호주 대부분의 원주민이 이 땅에 상륙한 유럽인 들 의 회유와 협박에 굴복해서 삶의 터전을 빼앗긴 것과는 달리 Anangu는 자기들의 땅을 지켰다. 100년이 넘게 갖은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끝가지 버틴 결과, 1985년 호주 정부로부터 정식 소유권을 인정받은 걸로 유명하다. 현재는 호주정부가 Anangu로부터 이 지역을 임대해서 Northern Territory 주 정부가 Anangu와 공동으로 관리한다. 그래서 그런지 공원 입장료도 다른 곳과 달리 비싸다.


그들이 이곳을 끝까지 지킬 수 있었던 저력은 무엇이었을까? Uuluru - Kata Tjuta는 이들이 매우 신성시 여기는 곳이니까 종교적인 신념 같은 것도 작용했으리라... 사실 이들이 그 옛날 여기서 어떻게 살았을까? 물이 있나, 쓸만한 나무가 있나, 뭐보고 여기서 살았는지... 그리고 이렇게 처절하게 그들의 땅을 지켰는지... 알 수가 없다. 하긴 유칼립투스가 이 척박한 땅에서 그 어려운 시련 극복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 무슨 명분과 이유가 있어서 이겠는가? 그저 주어진 삶을 성실하게 살고 있는 것이지...덕분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강한 체력 자랑하면서.... 잔디밭에 솟아나는 잡초를 뽑는 나에게 잡초에 가시가 있어 나를 찌른다면 잡초가 나쁜 놈일까? 잡초는 제 생존권 차원의 몸부림이고, 나는 놀이 공간 확보 차원인데.... Anangu도 그랬으리라... 그저 자기들 살던 곳에서 살고 있었을 뿐이다. 백인이 와서 아무리 뭐래도, 그냥 제 땅에서 살던 대로 살았을 뿐이다. 그것마저도 못한 부족들은 거리의 낭인이 되어 어슬렁거리며 사람들의 동정어린 시선 받으며 산다. 그렇다. 도산의 생각도... 안중근 의사의 의거도 옳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제 최소한 다시는 짓밟히는 위치에 쓰러져 있지 말자하고 다짐해 본다.


<사족> 울룰루 정상을 향해 올라오는 한 무리의 여행객중 한명의 배낭에 국기가 펄럭인다. 아마 스위스국기지 싶다. 울룰루 정상의 거칠 것 없는 바람에 힘차게 펄럭인다. 난 우리 젊은 학생들이 태극기 꽂고 울룰루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들에게 우리나라가 자랑스러워야할 텐데... 사랑스러워야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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