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을 앞서간 이야기
각본 피터 스트로언[2]
주연 랄프 파인즈 스탠리 투치 존 리스고 이사벨라 로셀리니
촬영 스테판 퐁텐[4]
편집 닉 에머슨
음악 폴커 베르텔만
미술 수지 데이비스
제작사 필름네이션 엔터테인먼트
화면비 2.39 : 1
상영 시간 120분 (2시간 0분 14초)
상영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교황이 선종하자 새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교황청 시스티나 성당에서 강제로 감금당한 추기경들에 의해 비밀선거가 치러지고 그 결과로 교황이 탄생한다. 이 과정에서 투표에 참가하는 추기경들이 각자 배정받은 방에서 독방생활을 하며 성당의 출입문은 봉쇄된다. 투표의 비밀을 위해 그들은 열쇠로 잠근 방(콘클라베)에 감금되어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성당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엄격하게 감시받는 생활을 한다.
영화는, 교회의 파벌이 보수와 진보 두 쪽으로 나눠졌다는 걸 전제한다. 안에서는 이미 교황 후보자가 2인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이들은 평소 이념이 대립하고 있어 정책 또한 상극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적으로, 개인적으로 서로 앙숙이다. 그러나 투표 결과는 표가 흩어진다. 강경 보수파가 표를 더 받고, 교황 궁무를 총괄하여 선거를 주관하는 로렌스까지 지지를 받는 상황이 발생한 것.
이어진 투표에서 아데예미가 흑인 교황으로 선출되기 직전 젊었을 때의 성추문이 성당 안에 퍼지고 그 당사자인 수녀까지 등장하면서 아데예미는 파멸한다. 이어 아데예미를 파탄에 이르게 한 트랑블레까지 피선거인으로서의 자격이 박탈되면서 영화는 절정으로 달려간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숨겨진 사제(교황이 비밀로 임명한 추기경)가 등장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한다. 그는 미래를 향해 교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하며 이에 추기경들의 마음이 움직여 새로운 교황으로 선출된다. 그러나 이 역시 자격 요건에 하자가 있다는 걸 로렌스는 알게 된다. 그가 양성이라는 것, 즉 중성으로 태어난 몸을 가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 듣게 되는 것이다.
로렌스는 베니테스 자신이 그랬듯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하느님이 만든 몸을 받아들이는데 걸린 오랜 시간의 역경과 번민에 로렌스는 수긍하며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새로운 교황이 탄생한 다음 날 아침 잠겼던 창문이 자동으로 열리며 로렌스의 방에 햇빛이 들어온다. 밖을 내다본 교황청의 마당으로 세명의 수녀가 발랄하게 걸어 나온다. 로렌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교회가 가야 할 길, 약자를 품고 그들의 편에 서야 한다는 것, 성 소수자의 문제는 인간의 문제이며 하느님의 나라에 생긴 문제라는 인식을 공감케 하는 영화다. 현실에서 흑인 혈통의 교황이 탄생한 것만큼이나 영화 속 교황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이렇게 영화는 항상 현실을 앞서 간다. 영화가 진보 매체인 이유가 이런 데 있다.
그래서 콘클라베는 종교가 세상을 돌봐야 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약자들을 품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을 정직하게 웅변하고 있다. 하얀 면포를 쓴 수녀들이, 콘클라베가 끝난 다음날 아침, 성당 앞 광장을 건너가는 장면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보수주의자들이 주류를 이루는 사제들의 집단이 변한다면, 세상이 변할 수 있다는 하나의 의견을 던지며 크레딧은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