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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넘버 3

by 별사탕


장르 드라마, 음악, 미스터리, 스릴러

감독 크리스티안 페촐트

출연 파울라 베어(라우라 역) 바르바라 아우어(베티 역) 마티아스 브란트(리하르트 역) 엔노 트렙스(막스 역) 필립 프로이상(야콥 역)

촬영 한스 프롬

편집 베티나 뵐러

촬영 기간 2024년 8월 ~ 9월

개봉일 칸느 2025년 5월 17일

독일 2025년 9월 18일

한국 2025년 10월 1일

화면비 1.85 : 1

상영 시간 86분 (1시간 26분 15초)

상영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물과 불에 이어 공기(바람)를 주제로 만든 펫촐테 감독의 마지막 3부작이다.


라우라의 기숙사 창에 드리워진 커텐이 살랑거린다. 거기에서 모든 것은 출발한 것이다.

원인 모를 우울에 시달리는 라우라는 자살을 시도하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남자친구와 동반 여행에 나선 요트정박지에서 라울라는 여행을 거절하고, 남자친구는 왔던 길을 되돌아 라우라를 데려다주는 중에 교통사고가 난다. 이 사고로 남자친구만 죽고 라울라는 멀쩡하게 살아난다. 이 일탈된 사건이 라우라를 다른 사건 속에 이입시킨다.

한사람의 생(라우라의 생)과 타인의 생(베티의 생)은 개별적이고 독립적이어서 서로간에 아무런 간섭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이 일상이다. 우린 그런 일상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어떤 우연적 사건(라우라와 베티를 연결해주는 자동차 사고)은 두개의 이질적 삶을 만나게 한다. 마치 이것은 물질계에서 원자와 원자가 충돌하는 것과 같다. 하나의 우연적 사건이 대폭발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신세계를 만들어내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원인 모를 어떤 에너지가 사고 후유증을 일으킬 수도 있는 라울라를 베티의 집에 머물게 한다. 베티 역시 대문 밖에 나와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그녀를 찾아온 사람이 라우라였던 것. 둘의 관계는 보살핌을 넘어 배려와 포용, 안정과 신뢰의 차원으로 상승된다. 그런 장면들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남편과 아들, 남편은 베티의 정서에 빠르게 공감하지만, 아들은 그렇지 않고 폭발한다.

너는 내 여동생도 아니고, 엄마의 딸도 아니라는 아들 막스의 분노에 놀라고 두려운 감정으로 베티와의 관계를 거부하고 다시 베를린으로 떠나 가버리는 라울라. 베티는 죽은 딸을 잊지 못했고, 우연히도 찾아든 라우라를 죽은 딸의 화신쯤으로 생각하던 중이었다.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라우라, 대학으로 돌아간 그녀의 졸업연주회에 참석한 베티의 가족. 무사히 연주를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베티의 가족, 그리고 라우라. 다시, 라우라의 기숙사 창으로 새들어오는 바람은 커텐을 살랑거리게 만든다.


우주의 작동원리는 충돌에 있다. 어떤 하나가 또 다른 하나를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물이 탄생과 생성 아울러 시작과 출발을 알린다면, 불은 소멸과 삭제 사멸에 따른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파란 하늘에 떠있는 구름은 라일라가 다니는 시골길 위에도 떠있다. 그녀가 만들어내는 피아노 선율은 공기를 타고 울려퍼진다. 알 수 없는 어딘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생활을 끌어가는 동력이다. 죽지않고 살아가게 만드는 것, 그것은 충돌에 있다. 너와 나, 이 세계와 저 세계, 동질과 이질들이 알 수 없는 힘으로 인해 충돌하는 것,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것들이 연결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생은 충돌 아닌 것이 없다. 우주의 탄생도 그렇다.

그래서, 큰 충격으로 남을 일이나 아무 것도 아닌 일들이 혼재하는 현실 속에서 결국은 떠밀려 끌려나가듯 살아지는 인간의 삶은 흔적없는 바람처럼 늘 우리들 곁에 머무르며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은 그것으로 숨쉬며 살아가는 것이다.


라벨의 ‘미러넘버3’가 주는 신산함은 삶이 그러하듯 장면과 감정을 더욱 스산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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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