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엘런 쿠라스
원작 앤서니 펜로즈의 소설 The Lives of Lee Miller
출연 케이트 윈슬렛 (리 밀러 역) 마리옹 코티야르(솔랑주 다옌 역)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롤런드 펜로즈 역) 앤드리아 라이즈버러(오드리 위더스 역) 조시 오코너(앤터니 펜로즈 역) 앤디 샘버그(데이비드 셔먼 역) 노에미 메를랑(뉘슈 엘뤼아르 역) 아린제 케네(존시 소령 역) 뱅상 콜롱브(폴 엘뤼아르역) 파트리크 밀(장 다옌 역) 새뮤얼 바넷(세실 비턴 역) 지타 앙로(아디 피들랭 역) 제임스 머리(스펜서 대령 역)
촬영 파벨 에델만
편집 미켈 E. G. 니엘센
음악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개봉일 2023년 9월 9일(토론토 영화제) 2025년 9월 27일(대한민국)
시간 116분
리 밀러의 본명은 엘리자베스 밀러로, 1907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1977년 영국에서 폐암으로 사망했다. 7살 때 지인으로부터 성폭행당했고, 만 레이의 눈에 띄어 보그 모델로 활동했다. 이후 프랑스에서 예술가들과 유한자의 생활을 즐기던 중 두 번째 남편이 될 영국인 화가 롤랜드를 만나 런던으로 이주, 동거생활을 하던 중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1944년 미육군 특파원으로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는 최전선에 서게 된다.
전기영화다
크게 보탤 것이 없는 이력이 전부인 전기영화다. 여기에 가족사를 더해서 이면사를 장식했다. 그래서 스토리에 '별것'이 없다. 그래서 중반을 꽉 채워야 할 장면들이 느슨하게 흐른다. 특별한 일이 아닌 장면들이 느린 화면으로 시간을 연장하고 있다.
피동형 인간으로 살기 싫다
모델로서 세기적 대상물이 될 수도 있었던 그녀가 버린 직업, 모델이다. 더 이상 찍히는 게 싫다는 것은 남의 아바타노릇을 하기 실다는 것이다. 생각의 주체, 자신의 주체로 행동하는 삶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찍히는 자에서 '찍는 자'가 되기로 한다.
전쟁의 여러 국면에서 기념비적 장면들을 남긴다. 그녀를 그녀답게 만든 장면들은 숨겨진 전쟁의 이면인 여성에 있었고, 적나라한 전쟁의 참상에 있었다. 그녀 자신의 삶을 뚫고 나가기 위해서 그녀의 눈을 한 사람들은 대면해야 했다.
피해자의식의 배경으로 깔고, 약자인 여성의 생존 방식, 폭력의 두려움으로 가득 찬 여성의 눈빛, 보호를 가장한 사회적 제약 등은 밀러가 담아야 할 프레임 속의 피사체들이었고, 그녀 자신의 모습이었다. 인터뷰어로 등장하는 아들과의 불화에 대해서도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은 엄마로서의 모습이라기보다 단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녀는 여자로서의 삶을 산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살았다는 것, 그래서 약점도 있었고 두려운 것도 있었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말한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여성성의 요소를 요소요소에 집어넣었지만, 여성성이 두드려져 보이지 않은 이유가 그녀가 말하고 행동하는 내용들이 여성 혹은 남성의 편에 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편에 서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을 다룬 영화들에 담아야 하는 것은 복합적이다. 그래서 스토리를 정리하기가 힘들다. 더구나 하나의 큰 흐름을 중심에 두고 구체적인 잔 가지들을 적절히 배열해서 하나의 구조물로 만들어 내기는 무척 어려울 것이다. 전기영화가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기를 재미있게 만들기는 더더욱 어렵다. 엘뤼에르와 같은 소재가 더 많이 산재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았을까.
핫셀블라드나 롤라이리플렉스를 가슴 아래 두고 뷰차인더를 내려다 보며 찍는 것은 사진을 대하는, 혹은 피사체를 대하는 특별한 감정과 관계가 있을 듯하다. 이 참에 한 대 구해서 4×4프레임이 주는 몰입과 상실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