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야 공주 이야기

by 별사탕

원작 - 다케토리 이야기

원안·감독 - 타카하타 이사오

각본 - 다카하타 이사오, 사카구치 리코

음악 - 히사이시 조

미술 - 오가 카즈오

제작 - 지브리 스튜디오

개봉일 - 2014년 6월 4일


영웅, 여로, 천강 선녀 모티프를 가진 설화가 원작이다. 이 이야기가 일본 최초의 설화라는 점은, 일본 사회가 추구하는 근본적 정서를 이 이야기가 대변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 낼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


중국이나 한국의 설화와는 다르게, 현실의 인간이 발원 기구(祈求)하는 장면은 생략되었지만 주인공(영웅)이 탄생한 후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의 발원과 기구가 통했다는 사실을 언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서양의 엄지공주와 같은 몸으로 태어난 가구야공주는 대나무순처럼 성큼성큼 자란다. 영웅의 비범한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주에게 비범한 능력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나무를 잘라 각종 도구를 만들어 파는 영감을 아버지라 부르며 산골에서 자연 그대로 성장하는 가구야공주, 도시생활의 조건을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아버지는 도시로 거처를 옮겨 공주를 고결한 귀족으로 만들어 높은 사람과 결혼시키려고 한다. 여성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세속적 행복관이다.

장안의 지체 높은 청혼자들의 허위를 모두 물리친 가구야공주의 미모가 천황에게까지 알려지게 되고 급기야 천황이 가구야공주를 탐내며 직접 찾아오게 된다. 천황을 거부한 가구야는 자신도 모르게 여기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되고, 그것이 지상의 현실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열쇠가 될 줄은 자신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그토록 갈망했던 세상에 나와, 그 세상을 스스로 거부할 수밖에 없는 그녀가 독백처럼 내뱉는 말은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그래서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저는 지금까지 이 땅에서 뭘 한 거죠? 누구의 아내도 되기 싫다고 떼를 쓰고 아버님의 희망도 짓밟고 가짜 들판과 산으로 제 마음을 속였어요. 그런데 다시 달로 돌아가야 하는 지금 겨우 생각이 났어요. 내가 왜 무엇 때문에 이 땅에 내려왔는지... 새나 짐승처럼, 살아가기 위해 이 땅에 온 것인데...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이 대사에는 온갖 제도와 규정, 타인과 연결된 고리에 구속되어 살고 있는 일본인 특유의 목소리가 구체화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것은 비단 일본인에게만 해당하는 주제는 아닐 것이다. 인간 보편적 정서를 호소하고 있어 너무도 평범하게 들리기도 한다.

가구야공주를 통해 발화자는 사랑하는 이 모든 것들을 두고, 다시 하늘로 돌아가야만 하는 슬픔을 보여준다. 그것은 인간의 운명과 직결된다. 죽음 직전에야 깨닫게 되는 삶의 의미 같은 것이다.


대충대충 그려서 빈 데가 많은 이 아름다운 그림체의 여백들이, 지금까지 '인간은 이 땅에서 뭘 하며 살고 있는지' 서로에게 되물어야 할 때라고, 미소로 스며들며 속삭인다.

월요일 연재
이전 06화허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