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사탕 Oct 05. 2024

소설가의 영화

홍상수의 영화

감독  각본 홍상수

출연  이혜영 김민희 서영화 기주봉 권해효 조윤희 박미소 하성국

촬영 홍상수

편집 홍상수

음악 홍상수

제작사 영화제작전원사

배급사  콘텐츠판다

개봉일 2022년 2월 16일(베를린 영화제2022년 4월 21일(대한민국)

상영 시간 92분



  러닝 타임이 1시간 30분 정도? 된 것 같다. 제작정보가 올라가고 마지막장면이 더 나오니 주의!          

  영화평을 읽을 때, 스토리가 나올 수밖에 없으니 주의하시길... 그러나, 홍상수의 영화는 아무 관계없다. 스토리에 방점을 찍는 영화는 아니니까...  

   

  소설가(여자)가 하남시에서 책방을 하고 있는 예전 후배(여자)를 찾아온다. 로드무비의 형식이 시작된다. 이 후배가 소설가를 예전에 인연이 있었던 영화감독에게 인계한다. 감독은 다시 이 소설가를 여배우에게 인계한다. 그래서 결국, 원점회귀. 링반델룽(ringwanderung)과 같은 반복. 

  소설가는 즉흥적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배우가 있고, 촬영과 편집을 맡을 영화학도인 배우의 조카(감독의 조카이기도 하다.)가 있다. 어떤 영화인지 말할 수 없다, 아니  말해서는 안 된다고 소설가는 생각한다. 소설가의 선배(시인)가 술기운에 그 가능한 스토리를 발설(창작적 간섭)하려고 하나 그래서는 안 된다며 소설가는 극구 말린다.    

  

  소설가의 영화 

  젊은 날의 자신은 치기 어린 극단화, 과장의 표현을 사용했다. 그게 잘하는 것인 줄 알았고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았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그게 얼마나 잘못된 것인 줄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그런 것들로만 되어 있는 줄 알았다. 시간이 지나고, 나는 내 과장된 표현의 재료가 다 떨어졌음을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나는 그들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내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말한다. 소설(예술)이 과장해서 표현해 놓은 그들의 비정상적인 일그러짐을 바로 잡을 필요성을 느낀다. 어쩌면 그래서 나는 하남시에 숨어 살고 있는 후배를 애써 찾아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걸 표현하는 수단이 영화다. 그래서 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지금까지 내가 써왔던  것처럼, 거짓말은 아니지만, 핍진하다는 핑계로 만든 허구의 세계로부터 돌아오고 싶다. 이 선명한 현실(컬러의 세계)로! 다시 돌아오고 싶다. 

    

  홍상수의 영화

  홍상수의 영화는 마치, 컷과 동시에 삭제해 버린 필름들을 주워 모은 것 같다. 엔지가 나서 버려버린 대사들, 예를 들면,      


  좋아요.

  좋다구요?

  예, 좋아요.

  아 좋으시다구요? 

    

이런 식의 쓸데없는 동어반복들을 무지하게 많이 한다. 그리고, 그가 만든 대사들은 의도되지 않고 극화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듯하지만, 하나의 목적(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방향)을 향해 억지로 나아간다. 그리고 중요한 것, 그의 영화가 재미없으면서도 동시에 흥미를 불러 모으는, 아이러니한 이유 중 하나는, 본질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보통의 영화들이 들여다보려는 인물의 내면세계, 그의 히스토리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재미없고, 늘어지고, 초점화되어 있지 못하다. 그건 분명, 화면 뒤에 놓여있던 소품들에서 볼 수 있었던 삶과 영혼 사이, 부모와 아이 사이, a differrent day임에 틀림없다.    

  

  어리석은 질문 중 하나가, 너는 여기 왜 있니? 일 텐데, 그 이유는 아무도 정답을 알 수 없다는 것이고, 누구나 그럴듯한 대답을 할 수는 있지만, 그 누구도 정답을 말하고 있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버려지는 것들, 초점화되지 못하는 것들, 그것들에 생명을 부여하는 작업을 영화감독 홍상수가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날이 아주 밝지만, 곧 저문다. 날이 좋을 때 실컷 다녀보자. 그의 인생관이 곧 그의 연출관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