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_6대륙_남미여행_191128
마추픽추 가는 길, 페루 잉카 트레일 2일 차 시작이다. 새벽 6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일어나게 되었다.
어제 자전거도 타고, 래프팅도 하여서 인지 온몸이 쑤셨다. 알이 베긴 느낌 말이다.
그래도 일어나 스트레칭도 해주고, 동행들과 어제 씻는 순서를 정해놓은 터라서, 차례대로 씻고 짐을 다시 정리하였다.
기다리는 동안 와이파이를 간신히 연결하여 폰을 조금 보다가 셋이 같이 7시 반에 조식을 먹으러 근처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침 메뉴는 팬케이크와 바나나 그리고 빵이었다. 다행히 실패할 수 없는 음식이어서, 간단히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잠을 깨기 위해 커피를 마셨다.
밥을 먹고, 이동할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빨고 널어놓은 수건이 덜 말라서 손으로 들고 있었는데, 어이없게 물웅덩이 떨어 뜨렸다. 옆에 있던 외국인들이 그걸 보고 웃었는데 나도 헛웃음이 나왔다.
후다닥 바로 화장실에 가서 다시 빨래를 하였다.
젖은 수건을 들고 차량에 탑승하여, 짚라인 타는 곳까지 이동하였다. 실내에서 대기하며 순서를 기다렸고, 드디어 차례가 왔다. 헬멧과 장갑 그리고 하네스를 착용하였다. 짚라인을 총 4번 타는 코스였다.
산의 꽤 높은 곳까지 올라가 짚라인 타는 방법을 배웠다. 아래를 쳐다보면 아찔하여, 처음엔 조금 무서웠다. 두근두근 콩닥콩닥 '괜찮다, 할 수 있다' 속으로 계속돼내었다.
그래, 하늘을 보자, 저 맑은 구름, 햇살을 느끼자 하고, 발을 내디뎠다.
막상 용기를 내어 뛰어내리니, 무서운 것은 사라지고 새로운 느낌들이 다가왔다.
내 몸으로 느껴지는 바람과 줄을 통해 내려가는 소리 그리고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너무 좋다. 언제 이렇게 체험하고 느낄 수 있겠는가...'
짚라인을 타면서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대자연의 저기 멀리 있는 돌 보다 한 없이 작은 점 같이 느껴졌다.
하나의 점 같은 존재지만 이대로 좋다.
그러나 길었던 3번째 코스에서 문제가 생겼다. 장갑을 낀 손으로 브레이크를 좀 빨리 걸어서 도착 지점 전에 멈춰 버린 것이다.
그래서 나는 방향을 바꿔 자세를 취하고 팔로 당겨 도착 지점에 갈 수 있었다. 혼자 하려고 하다 보니 생각보다 다 힘이 많이 들어가고 팔이 아프기도 했다.
동행 동생은 너무 무섭다며, 탈 수 없을 것 같다고 하였다. 우리는 계속할 수 있다고 설득하였고, 포기하지 않았다. 동생은 한번 탄 이후 혼자는 못 탈것 같다 이야기했고, 직원분과 연결하여 둘이 같이 짚라인 코스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어떤 외국인은 앉아서 타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타기도 하고, 발을 반대로 해서 타기도 하고 다양한 자세로 짚라인을 즐겼다. '와~ 참 대단하다, 정말 겁이 없구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짚라인 4코스를 다 마치고 다시 실내 대기실로 돌아가는 길이 남아 있었다. 아니 그런데 무슨 일인가?
산 중턱 허공에 나무다리를 건너야 했다.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나무다리였다. 사실 이게 제일 무서웠다. 짚라인이 무서운 것이 아니었다. 다리는 바람이 불어 흔들리고, 꽤 긴 코스였다.
잠금 카라비너를 기둥이 바뀌는 곳마다 자신이 직접 빼서 옮긴 후 움직여야 했는데, 전 회사에서 암벽반 생각이 났다. '이것도 이런 곳에 도움이 되긴 하는구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앞, 뒷사람과 거리가 꽤 떨어져 있고, 주위에 아무도 없길래 한국말로 "진짜 왜 이게 짚라인보다 무섭냐고!!!" 하고 소리치며 무서움을 덜어냈다.
흔들 나무다리를 건너는데 최대한 떨어질 것 같은 아래는 안 보고 앞만 보고 걸어서 다행히 잘 도착했다.
'그래, 또 언제 이런 걸 해보겠어.' 하고 좋게 나를 어루만져 주었다. 무사히 다 내려와서 하는 말이지만 새롭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폰이 날아갈까 봐 못 들고 가서 흔들 나무다리 사진을 못 찍은 것이 아쉽다.
다시 차로 이동하여 이드로 일렉트리카(수력발전소)에 도착하여, 밥을 먹으러 갔다. 점심 먹는 식당에 해먹이 있었는데 거기서 누워서 눈을 감고 좀 쉬었다. 꿀 같은 휴식이었다.
온몸이 쑤신다는 동행 언니와 동생은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숙소까지 기차표를 구매하여 타고 간다고 했다. 나는 도보로 이동하기로 마음먹었다. 기찻길 옆길을 걷는 3시간 정도의 트레킹 코스였다.
현지 가이드를 따라 외국인 투어객들과 다 같이 출발하였다. 돌길이라 그런지 발바닥이 너무 아팠다. 가는 길에 오른쪽 허벅지가 뭉쳐 천막이 쳐져 있는 곳에서 쉬었다. 커피랑 음료수랑 과자를 파는 야외 매점 같은 곳이었다.
다시 출발할 때는 피로가 쌓여서 그런지 전보다 속도가 많이 늦어졌다.
몸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걸으니 좋았다. 보이는 풍경도 좋았고, 물소리, 새소리, 사람들 말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지금 여기 걷기 명상을 하는 것 같았다.
졸리기도 힘들기도 했지만 마지막 숙소까지 갈 때 비가 온 것 까지 나름 분위기가 있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호스텔 숙소에 도착하여, 씻고 빨래도 하여 널어놓고 침대에서 좀 쉬려고 하였다. 그런데 방에서 찌든 냄새가 나서 오래 있기 힘들었다.
그래서 좀 일찍 나가서 동네 이곳저곳을 혼자 걸어 다녔다. 광장에 가서 상직적 조각상 사진도 찍고 기념품 상점 구경도 했다. 사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가야 할 여정이 아직 길었기에 참았다. 기념품을 짐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다시 같이 투어를 하는 외국 사람들과 숙소 앞에 모여서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저녁은 나초와 닭가슴살 스테이크와 감자튀김 그리고 면이 들어가 있는 수프를 먹었다.
그리고 가이드님께 마추픽추 입장권을 받았다. 일찍 숙소에 도착하여 저녁을 따로 사 먹으러 간 동행 언니와 동생 것도 대신 받았다.
저녁을 다 먹고 룸메들과 다시 만나서, 마추픽추 앞까지 가는 버스표를 예매하러 갔다. 여권이 필요한 줄 몰랐는데 허탕을 치고, 다시 가져와서 내일 제일 빠른 표로 끊었다.
오늘도 즐겁게 수다를 떨다가 곯아떨어졌다. 내일 맑은 마추픽추를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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