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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반하별 Dec 05. 2023

호흡, 그 순간을 오롯이 사는 방법

Be present. Be lived. Be happy

살면서 나 자신을 지금 이 순간에 묶어두고 싶을 때, 나는 주로 호흡에 집중한다. 더 좋은 호흡법은 없을까 궁금해하다가 요가 세상을 만났다.


요가 수업의 시작은 언제나 호흡이다. 코로 깊게 공기를 들이마시고 또 천천히 내뱉는 과정에서 흩어져 있던 정신을 하나로 모은다. 코 안에서 먼지 같은 냄새가 날 때도 있고, 호흡 중 콧물이 고일 때도 있다. 호흡에 집중하면 지금 내 몸 상태가 어떤지 바로 알 수 있다.  


우선 가부좌로 앉아 편안한 자세를 잡는다. 양 옆으로 몸을 살짝살짝 흔들면서 척추의 끝 엉덩이 부근이 바닥에 잘 안착하도록 한다. 가슴을 펴고 목뼈부터 엉덩이까지 이르는 척추를 바로 세운다. 이때 머리 위 누군가 끈으로 나를 살짝 들어 올린다 상상하면 앉은키가 훌쩍 자라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바른 자세를 잡기가 쉬워진다. 단전 부근 몸의 중심을 척추 방향으로 당기는 느낌을 취함과 동시에 살짝 턱을 안쪽으로 당긴다. 이렇게 몸의 중심축이 바로 선다.


앉은 자세에 안정감이 생기면 지그시 눈을 감는다. 시각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오로지 내 안의 들숨과 날숨으로 순환하는 에너지를 느낀다. 어떤 날은 산뜻한 공기가 단전까지 편안하고 기분 좋게 닿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토끼같이 얕은 숨을 쉬고 있을 때도 있다. 얕은 숨은 주로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인데, 그 숨을 단전까지 끌어 채우는 데는 한참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런 날이면 나 자신을 더욱 세심히 보살피고 사랑해줘야 한다.


아무리 애를 써도 잡념이 끼어들어 도무지 집중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러면 몇 가지 호흡 방법들을 바꿔 가며 들숨 날숨에 숫자를 붙여보기도 하고, 호흡을 잠깐 붙잡았다가 놓아주는 방법으로 신체의 흐름을 흔들어 보기도 한다. 이도 아니면 단전의 힘을 이용해 펌프질 하듯 호흡을 빠르게 해서 에너지 순환에 가속도를 붙일 수도 있다. 순간적으로 열이 오르고 컨디션에 따라 어지러울 수도 있으니 조심해서 사용해야 하는 방법이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호흡법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이 되고 호흡의 순환이 안정되면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치 신선한 공기를 온몸에 전달해서 몸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아사나(Asana) 신체 동작을 할 때 호흡이 함께 하지 않으면 근육이 자연스럽게 이완되지 않아 몸이 뻐근해지는 경험을 한다. 조금 어려운 동작을 할 때 호흡이 불안정하면 부상을 입기도 쉽다.  들숨으로 공기를 받아들여 자세를 준비하고 날숨으로 천천히 몸을 이완하는 이 과정은 정신과 몸의 싱크로나이즈 같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촉촉이 땀이 베이면서 상쾌함을 맛보게 된다. 피부는 보들보들해지고 골격 마디마다 둘러 쌓여 있는 근육들은 따듯한 열기와 함께 쭈욱 스트레칭을 한다. 신선한 공기가 몸과 마음에 충분히 젖어들었다면 이제는 조금 더 깊이 즐길 시간이다. 사바사나(Savasana)라고 하는 마지막 과정, 직역하면 시체처럼 늘어지는 시간. 조도를 낮추고 담요로 몸을 덮은 후 최대한 온몸의 긴장을 푼다. 더 이상 호흡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자연에 일부가 된 듯 편안하게 그 순간에 나를 맡기는 느낌으로 그렇게 이완하는 시간을 갖는다.


한 시간 수업에 사바사나는 5-7분 정도 배정되는데,  그 순간 깜빡 잠이 들기도 하고 가끔은  코 고는 분도 계신다. 강사는 최대한 편안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참가자들을 조심히 깨운다. 시작할 때보다 훨씬 편안해진 얼굴로 참가자들은 다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서로에게 존중의 마음을 표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Be present. Be lived. Be happy”

호흡하는 삶, 주어진 소중한 시간들에 축복하고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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