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은 천천히 하지만 잘 돌아가고 있다. 다행이다.
3개월 넘게 잔기침이 계속된다. 심하게 콜록 거리는 날도 있지만, 나아지는 듯 잠잠해지기도 한다. 어느 날 옆에 있던 남편이 “검사를 좀 받아보는 게 좋지 않겠어?” 걱정이지만 정제된 표정으로 한마디 합니다. 나는 그저 심할 때 좀 콜록이고 마는 줄 알았는데 옆에서 듣는 입장에서는 그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COVID 사태 이후 매일 NHS(영국 국가 보건 시스템) 과부하에 대한 기사가 넘치는 영국. 이미 비자 신청할 때 대부분의 비용은 의료보험이었음을 알기에 무료인 척하는 비싼 혜택임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병원 출입을 자제하고 있었지요. 한두 번 아이들 일로 병원에 갔을 때 좀 더 지켜보자 하거나 간단한 약물 처방이 다였기에 기대치가 많이 낮아진 것도 한몫을 했습니다. 대신 항생제 남용 등의 부작용은 확실히 적은 장점이 있습니다.
남편 성화에 1차 진료 기관인 지역 의료센터를 방문합니다. 기침이 계속된 기간, 증상들을 묻고는 청진기로 이곳저곳 숨 쉴 때 반향을 살펴봅니다. 담당 의사가 원하면 X-ray 찍어 보던 아니면 항생제 한번 복용해 보라고 합니다. 간편한 항생제 복용에 동의하고 의료 진단서를 들고 집에 돌아온 지 2주. 영국 건강 보험공단 NHS 공식 우편물이 집으로 도착합니다. 정해진 일시에 방문해 X-ray 찍으라는 권유 겸 명령 메일을 받았습니다.
처음 방문해 본 종합병원은 지역에서는 제일 큰 지역 중점 병원입니다. TV에서 늘 조명되었던 긴 대기시간보다는, 바로바로 이름이 불리고 검사 진행이 순조롭습니다. 단 앞 순서인 분들이 휠체어로 이동하시거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 나이 많으신 분들이 많아 중간중간 내 순서가 밀리는 느낌입니다. 약속 시간 30분 이내에 변화가 없으면 바로 직원에게 알리라는 멘트가 벽보에 붙어 있습니다. 클레임 걸자마자 1분 만에 내 이름이 불리는 것을 보면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아쉽기도 하고, 생각보다 의료 시스템이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 한번 깊은 숨을 들이쉬고 X-ray사진을 찍었습니다. 일주일 안에 지역 검진 센터에서 결과 관련 연락이 오지 않으면 직접 연락해 보라는 당부의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병원에 갈 때마다 느끼지만, 세상에 몸 불편한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X-ray 찍겠다고 잠깐 기다리는 순간에도 의식이 없는 환자부터 알츠하이머로 짐작되는 노인분까지 천태만상의 아픈 모습들이 보입니다. 병원은 아프지 말도록 최선을 다하자 다짐하는 좋은 교훈을 주는 곳입니다.
얼마 전 심장 수술을 받으신 시 아버지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간 이 병원 시스템 안에서 이렇게 저렇게 시달리셨을 어르신을 생각하니 더 측은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아버님의 컨디션이 회복되고, Xray결과 어쩜 이리 폐 모양이 깔끔하냐는 내 소식을 기원합니다.
성탄절, 아무 걱정 없이 웃을 수 있는 가족 화합의 장을 상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