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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반하별 Jan 06. 2024

행복하고 싶으면 개(犬)처럼 살면 된다고요?

인생에서 안정감과 모험심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어디선가 읽었다. 행복하고 싶으면 개(犬)처럼 살면 된다고.

까만 콩 같기도 하고 털 뭉치 같기도 한 우리 집 강아지. 이름은 코코.

너처럼 살면 행복하다니 가만히 너를 관찰해 본다.


 

집 청소가 하기 싫어 물건 위치를 바꾸지 않는 습성의 나는  

강아지 털도 귀찮고 때 맞춰 산책시켜야 하는 수고도 번거롭다.


 

그런데 나의 좋은 엄마 콤플렉스가 결국 본능을 이겼다.

딸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그 수고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너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입양하던 날, 여덟 마리의 형제자매들과 신나게 놀고 있던 너.

검은 털의 푸들 아빠와 갈색 털의 코코스파니엘 엄마 사이.

인간들의 입맛에 맞게 맞춤 형태로 태어난 혼혈 강아지.


 

남편 어릴 적 키운 코커스파니엘과 가장 많이 닮았다는 이유로 부모 형제들을 떠나 우리 가족에게 간택된 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 채 우리 집으로 가는 차에 올라타자 바들바들 사시나무처럼 떨던 너.


 

차 출발 전 네 엄마에게 다가가 나는 약속했단다.

“내가 당신 대신 이 아이 엄마처럼 잘 돌봐줄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요.”

인간은 잔인하다. 천륜을 그렇게 끊어냈다. 미안하다.  


 

그렇다고 이후 강아지에 데면데면한 나의 성격이 변한 것은 아니었다.

특별히 놀아주지도 않지만 강아지를 귀찮게도 하지 않았다.  

개밥 챙겨 먹이고 아이들 학교 간 동안 내가 한번씩 동네 공원 산책을 시키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데도 너는 내가 좋았나보다. 어느 순간부터 내 그림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나 보다.

남편이나 아이들과 놀다 가도 꼭 내 발치에서 잠이 들고,  

자다 심심하면 장난감을 물고 와 나에게 놀아 달라고 보챈다.  


 

하루 16시간은 자는 듯하고,

음식 냄새가 나면 자다 가도 벌떡 일어나 꼬리 흔들며 달려오는 너.

공원에 산책을 참 좋아하는데, 냄새나는 똥이 있으면 정신 줄 놓고 달려가 등을 그 위에 비벼 대며 혼신의 몸부림을 친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알기에 그 본능의 축제가 끝나면 머리를 낮추며 미안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제 몸집보다 큰 개가 다가와 인사라도 하려 하면 소심한 너는 얼른 내 뒤로 숨어들며 나를 뒷 배 삼는다. 같이 거리를 걷다가 안녕 인사하고 내가 횡단보도를 건너면 길 반대편에서 아빠랑 서서는 가지 말라고 목청껏 울어 대기도 한다. 사람과 떨어져 혼자 있는 것을 싫어한다.


 

본능에 충실하고, 주인에게 충직하며, 성격이 온순하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을 좋아하는 너.

밥 먹을 때는 본능에 충실해 제 이름 불러 대는 엄마도 안중에 없는 순간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  

집에 돌아오면 오늘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늘어져 자는데, 내가 봐도 “개 팔자가 상 팔자”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겠다. 하지만 코코에게 직접 물어본 답은 아니다. “어떠니 코코야, 너는 행복하니?”


 

그런데 나는 너처럼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인간은 본능만 채워서는 행복할 수 없거든.  

삶의 안정 뿐만 아니라 일상 변화의 재미도 있어야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순간에만 집중하고 살기에 나는 욕심이 너무 많다. 어찌 보면 인간의 욕구는 선물이자 행복을 방해하는 저주일 수도 있겠다.

TV 켜 놓고 식사를 하니 밥맛이 뭔지도 충분히 느끼지 못하는 그런 머저리 짓을 자주 하거든.

일 한다고 잘 먹지 않고, 잘 쉬지 못해 몸 저 누운 경험도 있단다. 얼마나 한심하니. 내 건강이 잃어가며 얻을 것을 무엇이라고 말이다. 원하는 바가 명확하고 그 순간에 충실한 너의 습성만큼은 나도 배워야겠다.


  

나는 네 엄마에게 너를 평생을 사랑하며 아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오히려 네가 나에게 주는 사랑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강아지와 이런 사랑에 빠질 줄이야. 또 다른 사랑을 가르쳐 주어 고맙다. 우리 집 셋째 딸 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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