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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준영 Aug 18. 2022

직장인에게 직장이란?

퇴사 소감문, 직장생활 돌아보기 02

  어쩌다가 인연이 닿아 다니게 되는 것이 직장이지만 다니게 되는 순간, 그 직장은 직장인에게 특별한 것이 된다. 직장인에게 일터가 중요한 이유는 뭘까? 직장을 뛰쳐나왔지만 그동안 일터가 나에게 특별했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몇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다.


  그중 첫 번째는 역시 돈이다. 매 달 받는 돈의 액수에 대한 만족 여부를 떠나, 일단 직장인의 경제적인 버팀목이 되는 것은 바로 '근로 소득'이다. 근로소득은 사업소득, 임대소득 같은 것과 다르다. 직장인과 직장을 다니지 않는 사람들을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기도 하다. 매달 은행에 대출 이자를 낼 수 있게 해 주고,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입고 싶은 옷을 살 수 있게 해 주는 건 역시 직장이었다. 내 통장에 돈을 꽂아주는 곳이 직장이니 특별할 수밖에 없다. 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다. 직장의 의미를 돈에만 두고 있다면 직장 생활은 조금 힘이 들지 모른다. 


  두 번째는 자아실현이라는 측면이다. 회사는 어쩌다 다니게 되었을지언정 우리는 회사에서 무언가를 하게 된다. 우리가 회사에서 하는 것은 바로 일이다. 그 일은 회사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 그리고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또 사람들은 회사에서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것'을 가치를 두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어떤 것', 그러니까 각자 살아내고자 하는 삶의 방향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인정받고 싶어 하고, 어떤 사람들은 보람을 찾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앞에 이야기 한 돈에 가치를 두기도 한다. 회사는 그 가치를 실현할 장소를 제공하는 셈이다. 아, 자아실현을 위해 반드시 노력이 필요한 건 아니다.  무슨 말이냐고? 조금 가볍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아, ㅇㅇㅇㅇ라고, 작은 공공기관 다녀. 별 거 아냐~'


  고등학교 동창에게 당당히 명함을 내밀 수 있다는 것, 회사의 구성원으로 어떤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 가끔 다른 누군가에게 살짝 갑질 비슷한 걸 할 수 있다는 것들도 자아실현이 될 수 있다. 뭐 나에게는 그랬다는 말이다. 커리어 패스, 전문성과 같은 측면에서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일단 넘어가자.


  세 번째 이유는 소속감이다. 사람들은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 한다. 한 직장을 다닌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 의미라는 것도 커지기 마련이다. 직장을 오래 다닌 선배들의 직장에 대한 애정은 유별나다. 한 회사가 어쩌다 '내' 직장으로 변하는 순간 애정이 샘솟기 마련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 회사를 공격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괜히 반발심이 들어 회사를 변호하기도 했고 여러 회사 사람들이 모인 자리라면 꿀리지 않으려고 용을 쓰기도 했다. 어딘가에 소속이 되어 있다는 것이 주는 막연한 안정감도 있다. 회사 안에서는 서로 지지고 볶을지 모르지만 회사 밖에서 제삼자가 보기에는 같은 편이 200명은 있는 거다. 든든하지 않은가?


  마지막 이유는 직장 동료다.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의 가족보다 직장 동료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 그래서 직장 생활에는 사람이 정말 중요하다. 동료 중에는 좋은 사람도 있고, 싫은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정말 싫은 사람이 있으면 출근 자체가 싫어진다. 직장인이 퇴사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사람이다. 다행인지 나에게는 정말 좋은 동료들이 많았다.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함께 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렇다고 개인사, 가정사까지 공유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내 직장이 특별한 이유는 이것 말고도 더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사람마다 그 이유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 느끼는 거지만 세대에 따라서도 조금 다르다. 젊은 세대인 MZ세대의 경우에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기존 세대와는 달라졌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도 내 직장은 중요하다. 직장인들의 소통 플랫폼인 '블라인드'와 같은 것만 봐도 자신의 직장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자기 회사에 실드를 치는 사람들도 많다. 결국 직장은 직장인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지금 매달 꼬박꼬박 월급을 챙겨 주던, 무슨 일이 생기면 나서 주던, 그 많은 좋은 동료들이 있었던 회사를 나와 허허벌판으로 혼자 나아가고 있는 거구나.


  아뿔싸, 이미 늦었나? 



(Photo by Hannah Busing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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