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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준영 Sep 05. 2022

직장생활 13년, 나에게 뭐가 남았지?

직장생활 돌아보기, 퇴사 소감문 15

  직장생활은 내 뜻대로 되지 않기 마련이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먼저 일정 관리를 내 맘대로 할 수 없다. 가족 휴가를 계획한 날이 다가오는데 갑자기 회사가 더 바빠지기도 하고 예정된 제품 출시일이 연기되기도 한다. 두 번째는 내가 할 일을 내가 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직장생활은 여러 사람과 같이 하는 일이다. 여러 가지 일 중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더라도 그 일이 내 일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바쁘게 살지만 스스로 원한 것은 아니다. (Photo by mauro  mora on Unsplash)


  물론 모든 직장인이 항상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감정을 느껴보지 않은 직장인은 없다. 그건 CEO나 오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가끔 '내가 지금 누굴 위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루 중에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면 분명히 한 번은 그런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직장은 나에게 많은 것을 준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 주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일을 하며 보람과 비슷한 것을 느게 해 준다. 매달 만족스러운 수준의 월급을 주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회사가 주는 소속감에 만족을 느끼고 해야 할 일을 주고 갈 곳을 정해주는 것에 고마워하기도 한다.


  니 역시 한동안 '회사 사정에 따르는 삶'을 살면서도 회사가 주는 안정감에 안도하는 삶을 살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야 할 곳이 있다는 것,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또 스스로 한 여러 가지 일에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도 직장생활은 원래 그런 거라면 스스로를 위로하며 회사를 다녔다.


직장생활 13년, 나에게 남은 건 뭐지? (Photo by Anthony Tori on Unsplash)


  항상 무언가 조금은 아쉬운 감정이 들었지만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10년이 넘어서기 시작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직장생활을 10년을 넘게 했는데, 나한테 남은 게 뭐가 있지?'


  생각해보니 지난 13년간 좌충우돌하며 정말 많은 일을 했는데 정작 나한테 남은 '내 것'은 별로 없었다. 내세울만한 능력이 쌓인 것도 아니고, 대표적인 성과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않은 탓에 남들보다 뛰어난 전문성을 갖게 된 것도 아니었다. 


  물론 사람은 남았다. 믿을만한 동료들이 내 옆에 있는 건 분명했다. 하지만 인간관계가 나를 먹고살게 해 주진 않는다. 이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면 그들은 동료가 아니게 된다. 내가 회사를 다니지 않으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내가 가진 사원증이 나에게 없다면 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가? 어처구니없지만 내 대답은 '그렇다'였다. 팀장, 선임이라는 직함을 떼 버리니 나는 참 별게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무언가 특별한 무기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40대, 한 아이의 아빠이자 가장.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는 적절한 조건은 아니다. 다니던 직장에선 나름 인정받고 있고 정년도 보장되어 있다. 그런데 퇴사? 무모한 선택일 수도 있다. 앞으로 20년을 더 직장생활을 하면 잘 사는 걸까? 직장이 있어야만 잘 사는 걸까? 그건 아니다. 결국 직장이 있든 없든 열심히 살아야 한다. 


삶의 결과가 고스란히 나에게 쌓이는 삶을 사는 게 맞다. (Photo by lucas Favre on Unsplash)


  그렇다면 그 삶의 결과가 고스란히 나에게 쌓이는 삶을 사는 게 맞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기로 했다. 




(표지 Photo by Taylor Deas-Meles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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