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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준영 Jul 19. 2020

같이 하는 것과 혼자 하는 것

협업이 과연 항상 올바른 업무 처리 방법인가?

  대학에 다닐 때를 생각해보면 항상 문제는 조별 과제였다. 시험을 보고 리포트를 제출하는 과목은 학점이 안 나와도 몽땅 내 책임이다. 하지만 조별과제는 그렇지 않다.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도 도와주지 않는 조원들 때문에 나쁜 학점을 받기도 한다. 과제 수행을 주도하는 한두 명이 조별 과제를 모두 수행하고 나머지 조원들은 무임승차를 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무임승차한 주제에 학점을 받고 나면 성을 내기도 한다.


  회사 업무는 기본적으로 협업을 전제로 한다. 일부 특정한 전문직이 아닌 이상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한데 가끔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조별과제를 수행하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다. 선배가 후배에게 자기 일까지 몽땅 떠넘기는 경우도 있고, 경험이 부족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팀원들과 일을 해야 해서 결국은 한 두 사람이 일을 다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협업이 잘 되는 것 같은데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팀원 개개인의 역량은 뛰어난데 같이 하면 뭔가 부족하다. 이 때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 문제다. 상명하복 분위기는 많이 없어졌지만, 아직 남아있다. 우둔한 선장은 배를 엉뚱한 곳으로 몰고 가기 마련이다. 상명하복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누군가 분위기를 주도하면 굳이 이견을 달지 않고 그냥 따라가는 경우도 많다. 튀어서 좋을 것 없다는 은 직장인들에게 가장 공감하는 말 중 하나다.


  그래서일까? 어떤 경우에는 같이 하는 것보다 혼자 하는 게 더 나은 경우가 있다. 다 같이 모여서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하면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데, 주제만 던져주고 아이디어를 정리해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하면 쓸만한 아이디어가 많이 모인다.


  교육학에서 사용하는 개념 중에 '대기시간'이라는 것이 있다. 교수나 교사가 수업 중에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지고 기다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선생님들의 응답 대기시간은 대부분 3초 미만이다. 이런 경우에는 학생들이 스스로 머릿속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고 활동이 일어나지 못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업무 지시를 하더라도 조금은 고민하고 생각할 시간을 주고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아이디어 내라니까?.. 없어!!"


  이렇게 윽박지르기만 하는 건 회의도 아니고 협업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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