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eelGreatMan Aug 01. 2023

돌아가신 아빠가 꿈에 나왔다..

2023년 7월 31일, 기록을 위한 기록


아빠가 돌아가신 지 4개월이 넘게 지났다. 아직도 꿈만 같다. 


매일 나에게 오던 그의 전화는 더 이상 오지 않는다. 


그러던 그가, 나의 꿈에 나타났다.


돌아가시고 4개월 동안 가끔 스치듯 꿈에 나왔던 적은 있지만,


어젯밤처럼 선명하게 아빠가 꿈에 나왔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오늘 아빠와의 어렸을 때 추억을 아주 잠시 떠올렸었는데, 그 때문이었는지..


아빠가 꿈에 나왔다.


하지만, 어린 시절 아빠의 모습이 아닌,


돌아가실 것만 같은 상황으로.. 

다시 살아계신 모습으로 내 앞에 계셨지만, 집에 한 방안에 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오만가지 암성 통증과 싸우고 있는 상태에 있는 아빠를 마주했다.


꿈속에서 나는 그래도 나름 크리스천이라고.. 

아무리 집사님이셔도 죽음을 눈앞에 두고 두려워하던 아빠에게 하나님나라의 소망을 아빠에게 이야기했고, 아빠의 손을 붙잡고 꿈에서도 하루하루를 보냈다. 


마치 내가 2월부터 3월 돌아가시기 전까지 매일같이 아빠가 입원해 있던 병원과 호스피스를 드나들며, 오늘도 버티시려나..라는 걱정을 꿈에서도 또 하게 되었던 것이다.


당시 나는 그리고 꿈에서의 나는, 

하루하루 아빠가 버티는 것은 너무 감사했지만, 

그러면서도 그 통증과 엄청난 양의 모르핀을 투여받고 있던 아빠의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도 가슴이 미어터졌다. 


사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너무 힘이 든다. 


삶에 대한 의욕도, 재미도,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조차 고민이 되어버렸다.


어떤 이들은 사람이 태어나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이니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라고 감사하게도 이야기해 주시지만, 어쩌면 나와 그리고 엄마와 누나는 아빠라는 따뜻한 화원 안의 온실 속 화초였고, 또한 어쩌면 나와 우리 가족들은 아빠라는 커다란 우산아래서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자라왔던 터라 그 비가 너무 두려워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내가 잘되는걸 혹은 내가 열심히 하는 걸 가장 기뻐하고 좋아했던 게 아빠였고, 어쩌면 이게 정답은 아닐지 몰라도 나는 기뻐하는 아빠가 내 유일무이한 동기부여였다. 지금은 그 동기부여가 사라졌다. 즉, 살아갈 강력한 동기부여가 사라진 상황이다. 


어렸을 때부터 아빠는 항암주사를 맞고 오는 날 장난감을 사다 주었었고, 그 독한 항암제를 맞으면서도 열심히 일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셨었다. 또한, 학교에 조금이라도 늦을 것 같으면 갓길이라도 타서 딱지 끊겨도 상관없이 나를 지각하지도 않게 태워주셨고, 내가 미국에 있었을 때도 늘 하루도 빠짐없이 나에게 전화로 안부를 묻고 나를 격려해 주고 사랑해 주었다.  약 4년간 골육종으로 투병하던 그 시기에도 아빠는 늘 전화하고 찾아도 오고.. 


한 번은 상태가 점점 나빠지던 아빠가 나에게 그랬었다. "뭐 하는데 그렇게 바빠..."라는 이 한마디는, 수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름대로 아빠의 투병과정을 함께한다 했지만, 여전히 나는 내 일들을 챙기느라 아빠의 상태가 나빠지는 것들을 인지하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결국 잘돼서 아빠에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했던 자식의 마음은, 하루라도 함께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 했던 부모의 마음과는 달랐던 것이었다.


문득, 꿈에서 아빠가 나왔던 게 너무도 선명했고, 깨었다가 다시 잠들었어도 그 꿈으로 들어간 나는 그 꿈에서 나오기 싫었었다. 물론 아픈 아빠를 보는 건 여전히 마음이 아프지만, 잊히지 않는 그 아빠의 얼굴..


지금 내 모습을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고 있을 아빠는, 어쩌면 뿌듯해할 수도 있겠다 싶다. 

지금 내가 겪는 고통을 즐기는 아빠는 아니겠지만,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내가 깨닫게 되는 그 과정 자체를 아빠는 아마도 뿌듯하지 않을까..


결국 아빠는 나에게 '가족'이란 큰 흔적을 남겼고, 지금의 나는 그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나름의 소년가장이 되어 여러 가지 압박을 받고 있지만 말이다. 


새벽에 아빠 생각을 하니 하염없이 눈물이 나온다. 보고 싶다... 


지금 나는 삶의 재미도 그리고 동기부여도 필요하다. 


새벽에 생각이 많아 주저리주저리.. 아빠를 꿈에서 봤던걸 기록하기 위해 남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