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eelGreatMan Aug 22. 2023

더 이상 치료약이 없습니다.

암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의 자기 전 생각

유튜브를 무심코 클릭하며 영상을 탐색하던 중, 한 암환자의 일상을 담은 영상에 눈길이 갔다.

이 사람처럼 많은 암 환자들이 치료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의 승리와 패배, 기쁨과 슬픔을 영상으로 공유하며 고백하곤 한다.


그중 한 영상에서는 암으로의 투병 7년 차에 도달한 여성이 "더 이상 효과적인 약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받았을 때의 감정을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무척이나 슬펐지만, 그 여성은 한참을 울고 나서 죽음을 생각하기보다, '어떻게 삶을 더 가치 있게 살까?'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 것을 영상에 담았다.


그녀의 이야기는 아빠와 있었던 한 에피소드를 떠오르게 했다.

재작년 말, 나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서울대병원에서 종양내과 교수님으로부터 아빠가 투병 중인 골육종에는 더 이상 아빠에게 맞는 항암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빠가 20년 전 림프종 투병하실 때 이미 많은 항암제를 맞으셨고 내성이 대부분 생겼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빠와 함께 그 소식을 들었었다.

나는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아빠는, 20년 전에도 같은 상황을 겪었었다며, 오히려 나를 위해 안심시켜 주려고 노력했다. 아직도 기억난다. 보통 내가 운전해서 모시고 병원을 다녔는데, 아빠가 그날은 운전을 하고 집까지 오는 길에 괜찮다며, 나를 안심시키던 아빠의 모습이 생생하다.


아빠의 부재는 나에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이제 극복해야 할 때 아닐까?"라며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아빠가 돌아가심으로 인해 생긴 가족의 어려움들로 인해, 아빠의 죽음을 진정으로 슬퍼할 시간조차 나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그로 인해 내 마음속에는 자신감이 사라지고 대인기피도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내 인생을 '재미있게' 그리고 '의미 있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사실 왔다 갔다 한다.

죽지 않을 거면 살아야 할 거고 이왕 살 거면 건강하게, 그리고 아빠가 남겨준 가족들에게 삶의 의미와 즐거움을 갖고 살 수 있게 하면서 말이다.


너무도 순식간에 소년가장이 된 내 마음속의 부담감은 크지만,

그 속에서도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면, 아마 아빠도 천국에서 미소 짓지 않을까?  

아빠는 가족들을 위해 사느라 스스로가 '재미' 있었던 적이 삶에서 얼마나 있었는지는 아들이지만 부끄럽게도 잘 모른다.


내가 한 가지 다짐한 건, 적어도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게 된다면 (부디 한~참뒤에..) 물론 슬프겠지만 '아 엄마, 그래도 엄마 참 즐겁게 살았었다. 이제 하늘나라 가서 아빠랑 더 즐겁게 보내고 있어.'라는 말을 할 수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그렇게 되면, 내가 하늘나라에 가면 아빠가 웃으며 수고했다고 나를 맞이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그건 그렇고.. 요즘 드는 생각은, 암은 결국 인간의 염증의 일부로 존재하게될것 같다는 점이다. 나는 의사도 아니고 제약 회사 연구원도 아니다. 그저 가족 한 명을 암으로 잃은 청년 창업가일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환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행복과 의미를 전달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들로 오늘 밤도 고민 속에서 잠들게 될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