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은 특히 제목을 강렬하게 지어보려 노력했다. '괘씸한'이라는 표현이 오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일하는 동안 느꼈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다. 그렇다면 그 괘씸한 존재는 누구냐? 바로 같은 사서였다.정확히 말하면 전임 사서.
학교도서관은 인수인계라는 것을 받을 수가 없는 구조다. 그렇지만 반드시 인수인계가 필요하다. 계속 얘기하지만 학교도서관은 1인 사서로 운영된다. 이 말은 사서의 개인적인 운영 방식에 의해 좌지우지되기 쉽다는 얘기다. 그래서 최소한 운영 방식에 대한 전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길게 말을 늘어뜨린다는 건 그런 과정이 없었다는 의미다. 대체 이 낡은 도서관이 그동안 어떻게 흘러갔는지 나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어떻게 운영하면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북트럭이 없는 채로 유지됐는지. 이해를 해보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
괘씸했던 부분은 북트럭뿐만이 아니었다. 복본(=동일한 책)으로 가득 찬 서가도 마찬가지다. 사서라면 알 거다. 복본을 사면 수서(=구매할 도서를 선정하는 과정)가 굉장히 쉬워진다. 도서 종류가 확 줄어드니까. 그리고 같은 이유로 장서의 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온작품읽기' 도서는 학교 측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구매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 도서를, 심지어 인기 도서가 아닌데도 2~3권씩 구매한 것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체 도서 폐기를 언제 한 건지 도서관에 오래된 책이 잔뜩 있었다. 주 5일제가 시행되면서 없어진 지 10년이 넘은 놀토(=노는 토요일)라는 키워드를 책 제목에서 봤을 땐 정말 기가 찼다. 학교도서관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장서의 최신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폐기가 필수이다.
도서관 폐기 규정에서는 해마다 전체 도서의 7%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폐기를 꾸준히 해왔다면 그리 빡빡한 규정이 아니지만 내게는 정말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그래서 정확히 7%에 맞게 폐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겨둔 폐기 예정 책이 산더미였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역시 마법(?)의 공간이었다. 타학교 근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우스갯소리로 붙인 이름이지만 슬픈 사연이 있다. 학교도서관은 공간이 한정적이며 앞서 언급한 대로 폐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넘쳐나는 책은 어디로 가게 될까? 99%의 확률로 뜬금없는 공간에 방치된다. 보통 그 공간을 우리는 마법의 공간이라 불렀다.
내가 근무했던 학교에도 있었다. 3화였던 '이틀 만에 찾아온 위기'에서 언급한 대규모 분실인가 했던 도서가 바로 그곳에 있었던 것이었다. 그게 어디였나 하면, 개방된 채 방치된 먼지 쌓인 도서관 옆 공간이었다. 사물함으로 분리를 시도한 흔적이 있었으나 그래 봤자 출입을 통제할 방법은 그냥 경고문을 붙이는 방법뿐이었다.물론 효과는 거의 없었다.
거길 발견하고 마음이 참 착잡했다. 최악은 아니었지만 좋지도 않았다. 그저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는 도서라는 생각만 들었다. 참고로 거기에 있는 책은 1,000권이 훌쩍 넘는 양이었다. 그걸 깨달았을 땐,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냥 좀 울고 싶었다.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이 뼈저리게 와 닿았다.
그 외에도 소소하게 분노할 포인트는 많았다.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 폐기해놓고 버리지 않은 비도서 자료들, 필요한 건 없으면서 쓸데없는 물건만 가득한 것 등 정말 정말 많았다. 나중에는 일일이 화내기도 지칠 지경이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내게 분노의 대상이었던 전임 사서는 그 도서관에서 5년 넘게 일했던 사람이었다. 당시 교육청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근무지 규정이 바뀌면서 그곳을 떠난 것이다. 무능하고 안일한 사서가 도서관을 얼마나 망칠 수 있는지 절실히 느꼈다. 지금은 또 어떤 학교의 도서관을 망치고 있을지 두려울 뿐이다.
잠시 학교 빼고 사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여러 도서관을 겪으며 느낀 점이 있다. 이 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인력이다. 부족한 인력도 문제지만, 의욕 없는 인력이 더 문제라고 본다. 그들은 안정만을 추구하며 발전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도서관도 자연스럽게 도태된다. 몇몇 의지가 있는 사람들의 노력만으로 바꿀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목소리를 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