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인력이자 부담스러운 존재. 그게 바로 내가 느끼는 도서도우미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었다. 아마 초등학교라면 대부분 있을 '도서도우미'는 도서관 운영을 일부 학부모님들께서 도와주시는 제도이다. 사실 내내 1인 사서라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기 때문에 당연히 도움을 주시는 부분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늘 고맙기만 하진 않았다.
특히 나는 학교의 막내일 정도로 어렸다. 그런 내게 학부모님이 도와주시는 게 마냥 편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학교 측에 얘기를 했었다. 혼자 하겠다. 하지만 관리자는 계속해서 요구했고, 결국 주 2회 2시간씩이라는 조건으로 도서도우미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솔직히 관리자나 교사 입장에서도 학부모가 오는 게 부담스러울 텐데, 왜 혼자 할 수 있다는 데도 고집을 부릴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학교와 관리자를 평가하는 항목 중에 관련 내용이 있다고 한다. 나는 이게 그 입장에 굉장히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도서관은 별관에 있었고, 따라서 불편한 건 나 하나였으니 조금은 억울했다. 심지어 첫 OT날에는 기에 눌려 봉사자 교육도 진행하지 못했다. 결국 봉사 당일에 잠깐씩 시간을 할애해서 몇 달 동안 설명을 반복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막상 함께 근무를 해보니, 예상대로 불편하긴 했지만 분명히 도움을 받았다. 특히 단체 수업이나 행사가 있을 때는 이것저것 할 게 많아 정신이 없는데 그럴 때 가장 도움이 됐었다. 그렇게 긍정적인 부분만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역시 인생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내가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교육했던 게 두 가지 있었다. 첫 번째, 도서관은 위험하기 때문에 뛰지 말 것.두 번째, 책이 오염되지 않도록 도서관에서는 아무것도 먹지 않을 것. 정말 기본 중에 기본이지만, 도서도우미 중 한 분이 대출/반납 데스크에서 김밥을 드셨다. 심지어 내게 권하기까지 했다. 애써 당황스러운 표정을 숨기며 정중히 거절했다. 그 순간에도 도서관에는 고소한 김밥 냄새가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데스크에 이것저것 깔아놓고 부업을 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시작하셨는데, 돌아오자 약간 눈치를 보시는 것 같긴 했다. 한숨이 나왔지만 대외적으로는 도움을 주러 오신 분들이기도 하고, 지적하기에는 내가 너무 어려서 그냥 참았다.
가장 큰 충격을 줬던 두 가지 경우만 언급했을 뿐 그 외에도 자잘하게 어이가 없는 부분이 많았다. 굳이 도서도우미를 신청해서 아침부터 학교에 오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그러는 걸까? 그 도서관이 안락한 환경이었다면 조금은 이해가 갔을 거다. 그렇지만 그곳은 정말 낡았었고, 심지어 구석진 위치 때문에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운 최악의 환경이었다.
자녀들을 보는 것 때문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갔을 텐데, 그런 경우가 정말 없었다. 1학년이 아니고서야 굳이 부모님을 보러 도서관에 오지 않았다. 생각할수록 더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최대한 소규모로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이었으니,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생각만 해도 두렵다.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말 도움을 주시고 싶다면 서로 맡은 일만 해주시는 게, 만약 그러고 싶지 않으시다면 아예 오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다.